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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조조정 적임자 찾아라” 임원 최대 1000명 물갈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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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감사와 상임·비상임 이사를 합하면 물갈이 폭은 최대 1000여 명에 달할 전망이다. 기획재정부 고위 관계자는 “공기업 구조조정을 제대로 하기 위해 경영진의 대폭 교체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6월 말이 인사 대목=정부가 공모제 활성화 기관으로 지정한 대형 공기업과 연기금 운용기관 등 90여 곳은 속속 공모에 들어가고 있다.

국토해양부 산하 도로공사·주택공사·토지공사는 이미 공모를 마쳤다. 재정부 산하 한국투자공사(KIC)·조폐공사·수출입은행 등 3곳과 지식경제부 산하 한국전력·가스공사·석유공사·KOTRA·수출보험공사 등 5곳은 공모 중이다. 나머지 공기업도 대부분 이달 말께 CEO를 공모한다.

공모기간은 대략 10~15일 정도. 이어 공기업별로 임원추천위원회가 3배수의 후보자를 추천하면 공공기관운영위원회에서 2배수로 추리게 된다. 이후 청와대의 인사 검증을 거쳐 주무장관이 제청하면 대통령이 임명한다.

재정부 관계자는 “공모에서 청와대 인사 검증까지 대략 한 달이 걸릴 것”이라며 “6월 말에 인사가 몰릴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성이 최우선이지만=애초 청와대가 밝힌 공기업 CEO 인사 기준은 ▶이명박 정부의 철학과 맞고▶전문성이 있고 ▶총선 낙선자는 배제하며▶가급적 관료는 선임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러나 물갈이 폭이 커지면서 이 같은 원칙을 엄격하게 고수하기 어렵게 됐다. 이 기준을 모두 충족하는 인력 풀이 생각만큼 크지 않기 때문이다.

예컨대 금융 공기업은 11곳의 CEO를 뽑아야 하는데, 물리적으로 민간 전문가로만 채우기가 쉽지 않다. 정부가 관료 배제 원칙에서 슬그머니 발을 빼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산업은행은 관료 배제 원칙이 지켜지겠지만, 모든 공기업에 일률적으로 관료를 배제하기는 힘들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청와대의 인선 우선순위는 ▶공공부문 혁신에 적합하고▶확실한 전문성을 갖춘 인물로 좁혀진 상태다.

또 노무현 정부와 코드를 맞춰온 인물은 쓰지 않기로 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아직도 공기업 내부의 임원추천위를 노무현 정부 측 인사들이 장악하고 있어 정부가 전혀 예상하지 않은 인물이 올라오는 일이 있다”며 “과거 잣대로 추천되는 인사는 받아들이기 곤란하다”고 말했다. 재정부 관계자는 “공모제 활성화 기관 90여 곳 중 사표가 수리된 곳의 CEO들은 재응모를 해도 선택받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혼선 만만찮아=인사 기준이 흔들리는 사이 곳곳에서 잡음이 생기고 있다. CEO 공모를 갑자기 미루는가 하면 공모를 해놓고 마땅한 사람이 없다며 공모를 다시 하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당초 CEO 공모 대상이던 한국수력원자력은 23일 발표된 공모기업 명단에서 빠졌다. 지경부 관계자는 “한전이 한수원 지분을 100% 갖고 있기 때문에 새로 선임되는 한전 사장이 한수원 사장을 임명하는 형식이 바람직하다고 판단해 공모를 늦췄다”고 말했다.

주택금융공사와 KOTRA는 공모를 통해 3명의 후보를 추천했으나 정부가 만족스럽지 못하다며 퇴짜를 놓는 바람에 재공모에 들어갔다. 기술보증기금은 26일까지였던 공모기간을 이례적으로 일주일 연장했다. 이를 두고 업계에서는 정권 실세와 가까운 특정인을 CEO에 앉히기 위해 공모를 연장하거나 퇴짜를 놓은 게 아니냐는 추측이 무성하다.

◇무성한 하마평=금융 공기업 인사의 핵심은 산은 총재와 우리금융 회장·우리은행장이다. 산은 총재에는 황영기 전 우리금융 회장과 이덕훈 전 금융통화위원, 민유성 리먼브라더스 대표, 이철휘 자산관리공사 사장 등이 거론되고 있다. 금융위 고위 관계자는 “현재 2~3배수 정도로 압축됐다”며 “대통령의 결심만 남았다”고 말했다.

정부는 우리금융 회장과 우리은행장을 따로 뽑기로 했다. 23일 마감한 우리금융 회장 공모엔 이팔성 서울시향 대표와 이덕훈 전 금통위원 등 8명이 신청했다.

정부가 통합 대상으로 분류한 주공과 토공도 사장을 따로 뽑는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통합까지 시간이 걸리는 만큼 일단 각각 사장을 뽑겠다”며 “통합하면 한 사람은 사장, 다른 사람은 부사장을 맡는 조합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토공 사장으로는 이종상 전 서울시 균형발전본부장과 홍철 전 건설교통부 차관보, 서훈 전 한나라당 의원 등 20명이 지원했다. 주공 사장에는 최재덕 전 건교부 차관, 이동성 전 주택산업연구원장 등 25명이 공모했다.

이상렬·서승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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