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 “FTA, 한국에 유리하다는 데 민주당은 국익 외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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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민주당의 유력한 대선 후보인 버락 오바마 상원의원이 조지 W 부시 대통령에게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에 반대하는 서한을 보내자 국회 비준을 놓고 대치 중인 정치권은 술렁이고 있다.

25일 한나라당과 야권은 오바마 의원의 언급을 자신에게 유리하게 해석하며 엇갈린 반응을 내놓았다. 우선 한나라당은 오바마 의원의 발언을 ‘미국 대선용’으로 규정하고 한·미 FTA의 조속한 비준을 촉구하고 나섰다.

홍준표 신임 원내대표는 기자간담회에서 “오바마 의원이 한·미 FTA가 불공정하다고 한 것은 한국 측에 유리한 협정이라는 것”이라며 “한국이 빨리 처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이 먼저 비준한 후 미 의회가 비준하지 않으면 어떻게 하느냐’는 질문에는 “미 의회에서 일어날 일은 미 대통령이 책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17대 마지막 임시국회에서 비준 동의안 처리를 해줘야 한다”며 “(야당이) 그것도 안 해 주고 임시국회 개원 협상 전략으로 끌고 가는 접근은 그야말로 국익을 외면하고 국회를 정쟁으로 이끄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한구 정책위의장은 “노무현 정권이 지난 5년간 일자리 없애는 데 전력투구하더니 이제는 민주당이 그나마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는 한·미 FTA를 방해하는 데 전력투구하고 있다”며 “오바마 발언에 대한 민주당의 태도는 마치 한·미 FTA가 결렬되기를 기다리고 있었던 듯하다”고 비판했다.

임태희 신임 정책위의장은 “한·미 FTA를 우리가 통과시켰는데도 미 의회가 비준을 못한다면 미국 측의 ‘계약 파기’가 돼 우리가 요구할 수 있는 부분이 더 커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정치권에선 그러나 “지난 12월 대선 이후 4월 총선 승리에만 매달려 온 여권과 정부가 도대체 미국 민주당 세력과 주요 대선 후보 등에게 어떤 설득 노력을 해 왔느냐”며 ‘여권 책임론’도 제기하고 있다.

통합민주당은 미 의회의 연내 비준이 더욱 불투명해진 만큼 한국 측의 ‘선 비준’은 무모한 행동이라며 조기 비준 반대 입장을 더욱 분명히 했다. 최인기 정책위의장은 “미국 의회는 비준할 생각도 없는데 우리만 덜컥 동의해 놓으면 협상 주도권을 미국에 뺏기게 된다”고 지적했다. “전략적 관점에서 우리가 먼저 해줄 이유가 없다”는 주장이었다. 차영 대변인도 공식브리핑을 통해 “이 상황에서 FTA를 우리만 비준해 주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낙동강 오리알 신세가 될 것”이라며 “조기 비준은 미국에 백지수표를 내주는 것”이라고 비유했다.

이날 차기 민주당 대표 출마를 선언한 정세균 의원도 “오바마 의원이 한·미 FTA에 반대한 것은 FTA 비준 지연이 미국 측 책임이라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라며 조기 비준에 부정적 입장을 피력했다.

자유선진당 박선영 대변인도 “정부는 쇠고기 재협상을 요구하는 국민 요구를 외교 관례상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강변해 왔다”며 “미국의 유력 대선 후보가 FTA 재협상을 주장하는 건 어떻게 해석해야 하는가”라고 논평했다.

이가영·김경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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