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ALTH Life] 어르신들 건강한 웃음 가족이 만들어 주세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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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평균 수명 78.5세(남 75세, 여 82세). 21세기 대한민국 국민의 건강지표는 흠잡을 데 없는 선진국 수준이다. 하지만 증가하는 노인 인구 중엔 자살이란 극단적 방법으로 생을 마감하는 사람도 지난 10년간(1995~2005년) 3.5배(인구 10만명당 25.4명→88.4명) 급증했다. 질 높은 100세 인생을 위해선 건강한 신체 못지않게 건전한 정신상태도 유지해야 한다. 뇌세포 노화로 초래되는 정신적 변화와 성숙한 노년기를 보내는 법을 알아본다.

◇노년기 삶의 질은 청·장년기 활동의 결과=정신세계를 지배하는 뇌는 뇌세포로 구성된다. 노화과정을 겪으면서 인지기능·감정변화 등 정신기능이 떨어지는 것은 다른 세포와 마찬가지다. 실제 노인이 기억력, 정보처리 능력, 추상적인 생각, 새로운 것을 이해하는 능력은 청년층을 따라갈 수가 없다. 반면 수십 년에 걸친 인생 경험, 신중함 등은 장점이다.

예컨대 어떤 상황에 대처하는 방법을 결정할 때 젊은이는 신속하게 결정한다. 하지만 노인은 ‘과연 정확한 결정일까’라는 사실에 무게를 둔다. 판단 시기는 느려도 여러 가지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현명한’ 결정을 할 수 있는 것이다. 역경이 닥쳤을 때 노인의 지혜가 빛을 발하는 이유다. 단 이런 능력은 그저 나이가 든다고 생기는 것은 아니며, 유년기·청년기·중년기 때 끊임없는 학습과 감정조절 등을 통해 뇌기능을 성숙한 단계로 만든 사람에게 부여된다.

따라서 청년기 땐 이성교제, 친구 만들기, 남과 더불어 협력하는 사회활동 등을 원만하게 수행해야 하며, 중년기엔 사회적 생산성을 높이고 다음 세대를 돌보는 일(자녀 양육 포함)을 제대로 해야 한다.

◇노년기 행복도 성격이 좌우=‘노인은 어린애와 같다’는 말처럼 노년기는 ‘제2의 유년기’로 불린다. 노인이 되면 자기중심적으로 생각하고, 남에게 의존하며, 대인관계도 위축된다. 매사를 부정하거나 남 탓을 하는 원시적 방어 태세를 취하는 경향도 있다. 반면 노년기 삶에선 사회활동보다는 주변 사람과의 관계가 중요해진다. 사랑하고 사랑받을 대상이 있느냐 없느냐에 따라 행복이 결정된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노년기에 접어들면 자신의 감정표현이나 성격이 가족·친구·이웃과 더불어 지낼 수 있는지를 반추해 봐야 한다.

노인의 성격은 ▶상황에 감사하고 만족하는 성숙형 ▶복잡한 사회생활에서 벗어나 조용하게 지내게 된 것을 다행스러워하는 은둔형 ▶적극적인 사회활동으로 노인이 됐다는 불안감을 떨쳐버리고 싶어 하는 무장형 ▶젊은 시절을 헛되이 보낸 사실을 애통해하면서 부모·형제·사회 등을 탓하는 분노형 ▶ 모든 실패 원인이 내 탓이라며 우울에 빠지는 자학형 등 다섯 가지로 나뉜다. 이 중 성숙형·은둔형·무장형은 나름대로 긍정적이고, 행복한 노후를 보낼 수 있다. 반면 분노형은 누구에게서도 환영받지 못하는 고독한 노후를 보낸다. 또 자학형은 자살로 생을 마감하기 쉽다. 따라서 한 살이라도 젊은 시절부터 삶을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훈련을 해야 한다.

◇65세 이후엔 정신건강 검진을 받아야=자살은 불행의 극단적 형태며, 노인 자살의 배후엔 우울증이 도사리고 있다. 질병, 고치기 힘든 통증, 배우자 사망, 경제적 궁핍 등은 우울증 촉발 원인이다. 노인 우울증은 울적한 감정보다 주로 여기저기 아프고 소화가 안 되는 등 몸의 불편한 증상에서 비롯된다. 특히 기억력·집중력이 치매로 오인될 정도로 심각하게 떨어지거나, 피해망상 등도 우울증 때 나타난다. 따라서 노인이▶만성병을 앓거나 불행한 처지에 놓였을 때 ▶가족과의 대화를 기피하거나 가족을 의심하고 비난할 경우 ▶ 체중이나 식사량이 줄면서 불면증을 의심할 땐 주변에서 위로나 비난만 할 게아니라 꼭 간단한 정신건강 검진부터 받도록 해야 한다. 다행히 노인 우울증 역시 조기발견과 6개월에서 1년 정도 약물치료로 완치가 가능하다.

황세희 의학전문기자·의사

◇성공적으로 노년기를 보내려면

-사회적 관계와 활동을 최대한 유지한다.

-젊은 층과 꾸준히 접촉한다.

-어린이와 친해지고, 삶에서 얻은 지혜를 어린이에게 전해준다.

-노년기를 중년기 삶의 연장선에서 꾸려 나간다.

-가정적·사회적 책임과 의무에서 해방된 행복감을 느낀다.

-경제적 자립도를 최대한 높인다.

-노화와 죽음이 인간의 숙명임을 인정하고 받아들인다.

-지나간 삶에서의 성취, 실패, 행복, 좌절 등을 모두 인정하면서 의미를 찾는다.

-신체적 건강 관리와 질병 치료를 적극적으로 한다.

-심한 감정 기복, 인지기능 저하가 있을 때 간단한 정신·심리 검사를 받는다.

자료:최신정신의학

◆ 도움말 주신 분=연세대의대 정신과 김어수 교수, 서울대의대 정신과 조맹제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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