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인 소환 반응-연희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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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기업총수의 검찰출두 소식이 밝혀진 7일 내내 연희동은 긴장감에 휩싸였다.노태우(盧泰愚)전대통령은 전날밤 다시 혈압이 떨어졌다.가벼운 현기증세까지 보여 주치의인 최규완(崔圭完.서울대병원.내과)박사로부터 링게르주사를 맞기도 했다.
본격적인 기업인조사는 물론 盧씨의 손아래 동서인 민자당 금진호(琴震鎬)의원마저 소환돼 뇌물수수죄를 향한 검찰의 압박이 최대한 죄어들어 왔기 때문이다.
측근들은 『기업인조사에서 특별히 더 드러날 게 있겠느냐』며 애써 태연한 모습이다.그러나 「준쪽」의 발언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분위기는 확연하다.뇌물죄 적용만은 막아보자는 盧씨측 마지노선의 함락 여부가 기업인들의 말에 달려있기 때문이 다.
특히 제3의 장소에서 조사받을 것으로 예상됐던 기업인들이 의외로 검찰청사에 줄줄이 불려나오자 긴장감은 더욱 가중되고 있다.검찰출신의 한 측근은 『공개수사를 한다는 것 자체가 큰 변수』라며 『검찰청에서 철야조사를 받게 되면 의외의 가변성이 있는법』이라고 예상했다.
현재 검찰의 소환조사 대상중 盧씨의 측근으로 분류되는 인사는이현우(李賢雨)전경호실장.琴의원등이다.盧씨진영은 이들에 대해서는 큰 걱정을 안하는 눈치다.배반설까지 돌기도 했던 李전실장도예상외로 김유후(金有厚)전사정수석과 연락을 취 하며 큰틀에서는보조를 맞추고 있다는 게 핵심측근의 귀띔이다.盧씨 자신이 李전실장에 대해 섭섭한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지난 2일 盧씨를 찾았던 琴의원은 盧씨와 1시간 이상 밀담을나눠 이미 한보비자금 실명전환과 비자금조성 과정에 대한 「사전조정」이 이뤄졌을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비자금관리 의혹이 일고있어 소환대상으로 거론되는 盧씨의 동생 재우( 載愚)씨도 7일오후 연희동을 찾아 盧씨와 1시간반 정도 밀담을 나눠 눈길을 끌었다. 盧씨진영이 전전긍긍하는 쪽은 이날부터 본격 소환되고 있는 동부.진로.한일합섬등 기업총수들의 예상치 못한 진술이다.
盧씨측에서는 일단 이들도 뇌물공여등 사법처리 가능성을 고려,『뇌물로 돈을 건네 특혜를 받았다』는 진술을 하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그러나 기업인들이 『청와대에 올라올 때 현안을 갖고 들어오라는 지시를 받았다』는 정도의 진술을 할 경우 「뇌물죄」로 불똥이 튈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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