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광객 발길 돌리는 나폴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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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세계 3대 미항으로 꼽히는 이탈리아의 나폴리가 ‘쓰레기 도시’가 된 지 6개월째가 됐다.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총리가 해결책 마련에 발벗고 나섰지만 여전히 쓰레기 더미는 늘어만 가고 있다. 도시가 폐허로 방치되면서 관광객도 크게 줄었다. 나폴리는 쓰레기 사태로 도시의 수입도 크게 감소하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고 르파리지앵이 21일 보도했다.

최근 나폴리 지역 상공회의소 발표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시작된 쓰레기 대란으로 도시 내 관광 수입이 지금까지 7000만 유로(약 1120억원) 정도 줄었다. 부대 수입 감소까지 치면 손실액은 이보다 훨씬 더 커진다. 나폴리 시내 호텔의 매출액은 지난해보다 22%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르파리지앵은 나폴리 한 호텔업자의 얘기를 실었다. 그는 “오늘 아침에도 도쿄에서 단체손님이 예약을 취소했다”면서 “지난달 부활절 휴가에도 방 123개 가운데 고작 24개만 손님이 들었다”며 한숨지었다.

음식점도 마찬가지다. 손님이 없어지면서 대다수 음식점이 낮에는 아예 문을 열지 않고 있다. 이로 인해 종업원이 일자리를 잃는 경우가 늘고 있다. 더욱 걱정인 것은 여름이다. 라디오방송 프랑스앵포는 “나폴리는 연간 관광 수입의 절반 이상을 6∼8월에 버는데 쓰레기 문제는 해결 기미가 보이지 않고 예약 취소만 급증한다”고 전했다. 이런 추세라면 나폴리는 악취와 빈곤으로 최악의 여름을 맞을 것으로 전망된다.

쓰레기 사태는 나폴리가 속한 캄파니아주가 나폴리의 쓰레기를 처리할 만한 소각장을 짓지 않은 데 원인이 있다. 중앙정부로부터 쓰레기 처리 지원금을 받았으나 주민의 반대 등을 들어 처리시설을 마련하지 않은 게 화근이 됐다. 쓰레기 처리업자들은 더 이상 쓰레기를 실어나를 곳이 없다며 지난해 말부터 쓰레기 수거를 중단했다. 이웃 주정부들은 나폴리의 쓰레기가 계속 늘어나자 주민 여론과 처리 능력 초과 등을 이유로 받아주지 않고 있다. 도시가 쓰레기장이 되자 되레 다른 지역의 쓰레기까지 반입되는 등 쓰레기 무법천지가 돼버렸다. 베를루스코니 총리는 21일 나폴리에서 긴급 각료회의를 열어 이번 사태를 국가 재난으로 간주하고 이에 대처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쓰레기 처리장이 마련될 때까지는 마땅한 해결책이 눈에 띄지 않는다는 게 현지 언론의 전망이다.

파리=전진배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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