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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영화] 로맨틱 코미디 '폴리와 함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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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면

▶ 살사 댄스를 즐기는 폴리(右)에게 맞추려고 몰래 개인 교습을 받은 루벤(左).

'메리에겐 뭔가 특별한 것이 있다'에서 측은지심을 품게하던 '소심남' 벤 스틸러를 기억하는가. 미모의 의사 메리에게 차마 다가가지 못하고 스스로 인생 패배자 같다고 여기던 마음 약한 남자. 또 케이블 TV에서 방송하는 시트콤 '프렌즈'의 제니퍼 애니스톤은 어떤가. 멋진 남자와 아무렇지도 않게 이야기하고서는 뒤돌아 서면 폴짝폴짝 뛰며 "너무 멋지지 않니?"라며 흥분하던 귀여운 '내숭녀'.

이들이 빚어낸 로맨틱 코미디 '폴리와 함께'는 둘이 갖고 있는 캐릭터의 장점을 최대로 뽑아낸 영화다. 보험회사 손해 사정인이라는 직업 때문에 모든 것이 걱정거리 투성이인 루벤(스틸러)과 웨이트리스로 돈벌이를 하며 자유분방한 삶을 사는 히피 같은 여자 폴리(애니스톤). 남자는 식중독의 온상이라며 술집에 놓인 땅콩도 집어먹지 못할 정도로 예민한데, 여자는 땅에 떨어진 초콜릿 바도 먼지만 털어내고 다시 입에 넣을 정도로 털털하다.

사실 루벤은 꿈에 그리던 여인과 결혼했지만, 신혼여행지에서 프랑스인 스쿠버 강사에게 신부를 뺏긴 아픈 경험이 있다. 아픔을 잊고 싶어하던 루벤은 한 파티에서 옛 동창 폴리를 만난다. 루벤의 친구 샌디(필립 시무어 호프만)는 "허리에 문신 좀 봐라. 쟤는 너랑 다른 날라리"라며 둘의 데이트를 반대한다. 아니나 다를까 첫 데이트 장소는 인도풍의 식당. 과민성 대장 증후군을 앓는 루벤에게 향신료가 잔뜩 들어간 음식은 쥐약이나 다름없다.

두 남녀의 다른 취향.성격 때문에 빚어지는 에피소드는 그 밖에도 무수하다. 폴리를 따라 댄스장에 간 루벤은 "이런 더티댄싱이 싫다"고 하지만 폴리는 아랑곳하지 않고 남자 댄서와 관능적인 춤을 춘다. 취향은 다르지만 서로에게 끌리는 둘. 그리고 조금씩 변해간다. 특히 루벤은 살사 댄스를 비밀리에 연습하고, 폴리가 좋아하는 이국 음식을 48일간 19번이나 배앓이를 하면서도 꾹 참고 먹는다. 그런 와중에 루벤의 부인 리사가 돌아와 재결합을 원하고 둘의 사랑은 위기를 맞는다.

영화는 어떻게 보면 '메리에겐…'를 많이 닮았다. 벤 스틸러가 똑같이 남자 주인공을 맡았다는 것 외에, 소심남에게 진실한 매력이 있다는 설정이 그렇다. 게다가 두 남녀를 어색하게 만든 결정적 계기인 첫 데이트의 화장실 에피소드마저 비슷하다.

그러나 '폴리와…'는 '메리에겐…'과 분명히 다르다. '폴리와…'는 화장실 유머와 엽기 코드로 일관하기보다는 서로 다른 두 남녀가 밀착돼 가는 과정에 카메라를 들이댄 세밀한 로맨틱 코미디다. 활달해 보이는 폴리는 루벤에게 전화를 걸어 "금요일에 시간 있니? 있다고? 근데 내가 없을지 모르는데"라며 수차례 약속을 만들었다 연기했다를 반복한다. 화끈한 척하면서도 무언가를 결정하지 못하는 우리들의 속내를 들여다보게 하는 에피소드다. 4월 2일 개봉. 15세 이상 관람가.

홍수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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