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자금 파문 은행예금유치 비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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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비자금 파문이 은행들의 12월 결산에까지 심각한 영향을 미치고 있어 은행가에 비상이 걸렸다.
그러잖아도 주식 평가손으로 적자를 보는 은행이 나올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는 판에 시기적으로 예금유치에 가장 중요한 때인 10~11월에 비자금 사건이 터져 결산에 큰 타격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일부 은행원들 사이에서는 『마치 수확기를 앞두고 태풍을 만난것처럼 비자금 사건으로 1년 농사를 다 망치게 됐다』는 푸념까지 나오고 있다.
금융계에 따르면 1년 살림을 마무리하는 결산을 앞두고 신한.
동화등 이번 사건에 직접 연루된 곳은 물론 그렇지 않은 대부분의 은행들까지 수신계수를 올리지 못해 애를 먹고 있다.
예년같으면 은행장부터 말단 행원에 이르기까지 전 직원이 나서예금을 끌어오느라 법석을 떨었겠지만 비자금 파문 와중에 있는 요즘은 임원.지점장들은 몸을 사려 공격적인 영업을 하지 못하는데다 직원들에게도 예금유치 요구를 하지 못하고 있다.
예금유치를 위한 상품 개발이나 인기 탤런트를 동원한 대대적인캠페인.이벤트도 거의 찾아볼 수 없다.
시중은행의 한 임원은 『망년회등이 있는 12월은 소비 분위기때문에 예금유치가 어려워 매년 10~11월에 집중적으로 수신고를 올리게 되기 때문에 이때는 전 임직원이 나서 연말계수 맞추기에 총력전을 펼치는 시기』라면서『그러나 올해는 가장 중요한 시기에 비자금 사건이 터져 사실상 손을 놓고있는 형편』이라고 울상을 지었다.
여기에 내년부터 시행되는 금융소득 종합과세도 「악재(惡材)」로 작용,큰돈들이 슬금슬금 은행권을 빠져나가는 조짐을 보이는등상황을 더욱 어렵게 만들고 있다.
S은행 고객업무과장은 『최근 5억~10억원대의 거액을 빼가는고객들이 늘고 있다』면서 『이는 은행들이 내놓은 종합과세 대체상품들이 다른 금융기관에 비해 큰 메리트가 없는데다 이번 비자금 파문으로 은행이 언론에 오르내리는데 대한 불 안심리까지 가세한 것같다』고 설명했다.
비자금 파문으로 인해 기업들의 활동이 위축되는 것도 은행 수지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예년에는 연말을 앞두고 기업들의 수출 밀어내기 과정에서 외환수수료 수입이 짭짤했는데 올해는 그나마도 시원찮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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