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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자금 사건후 휴면계좌 확인 빗발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9면

「세상은 요지경」.
노태우(盧泰愚)전대통령의 천문학적 비자금이 속속 밝혀지면서 서민들의 공분(共憤)이 갈수록 커지는 와중에도 한구석에선 盧씨비자금에 엉뚱한 기대를 거는 사람도 적지 않다.은행 휴면계좌를소유한 일부 시민들이 바로 그 주인공들.
휴면계좌란 1년이상 일절 거래가 중단된 잔고 1만원 미만의 통장.「잔돈」이란 이유로 박대당해온 휴면통장들이 새삼스레 주목받는 연유는 간단하다.『盧씨가 휴면계좌에 비자금을 숨겨뒀다』는엉뚱한 소문 때문이다.여기에 휴면계좌에 숨은 과 거 권력자의 비자금을 둘러싼 소동을 그린 『돈을 갖고 튀어라』라는 영화까지개봉을 앞둬 휴면계좌 추적 열기를 부추기고 있다.
회사원 金모(29.경기김포군고촌면)씨는 30일 회사 근처 B은행 서울 무교동지점 예금상담계로 문의전화를 했다.3년전 신용카드를 만들면서 개설한 뒤 거래를 중단해 까맣게 잊고 있던 휴면계좌에 건 「엉큼한 기대」가 그 이유다.
주부 鄭모(27.서울양천구목6동)씨도 『지난 88년 대학재학시절 지방의 부모님이 보내주신 학비.생활비 때문에 개설한 B은행 석관동지점 통장을 확인해 볼 예정』이라고 말했다.『밑져야 본전』이라는 심산이다.
외환은행 광화문지점 金현정(29)씨는 『최근 휴면계좌의 존재여부와 계좌잔액을 확인하는 문의전화가 잇따르고 있다』고 말했다. 휴면계좌 문의는 서울 중구 서소문.강남 압구정동등 비교적 거액이 모여 있는 금융가 주변 은행에 집중되는 것으로 알려지고있다. 하지만 휴면계좌가 예금주를 벼락부자로 만들어 줄 「효자」가 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
빈계좌라도 예금주 몰래 입.출금한다는 것이 불가능할 뿐더러 1년 이상된 휴면계좌는 잡좌(雜座)로 분류돼 통장으로서의 기능이 정지되기 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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