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원 공개된 김기영 ‘하녀’ 칸 관객 탄식·폭소 쏟아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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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사망 10주기를 맞은 김기영(1919~98)의 ‘하녀’(1960년) 복원판이 21일 칸영화제의 ‘칸 클래식’ 부문에 처음 공개됐다. 한국영상자료원(원장 조선희)이 할리우드 거장 마틴 스코세이지 감독이 이끄는 세계영화재단(WCF)의 후원을 받아 디지털로 복원한 작품이다.

‘하녀’의 원본은 82년(일부)과 90년에 각각 발굴됐다. 90년 발견된 필름은 해외영화제 출품용이라 영문 자막이 들어가 있고, 이날 공개된 복원본도 자막을 지우지 못한 상태에서 상영했다.

‘하녀’는 음악교사 동식(김진규)이 힘든 부업으로 몸이 약해진 아내(주증녀)를 위해 집에 하녀(이은심)를 들이지만, 이 하녀와 하룻밤을 보내면서 온 집안 식구들이 파멸로 향하게 된다는 내용이다. 60년대의 남녀·가족권력, 사회계급 문제 등을 조명했다.

스코세이지 감독은 영상 메시지에서 “이렇게 훌륭한 영화의 복원을 우리가 지원하게 돼 자랑스럽다”며 “김기영 감독은 박찬욱·봉준호·임상수 감독 이전에 이미 독창적인 스릴러로 해외에 잘 알려졌었다”고 설명했다. 조선희 원장도 무대에 올라 작품 복원과정을 소개했으며, 복원이 완료되지 않은 상태에서 상영하게 된 점에 대해 양해를 구했다.

관객 반응은 좋았다. 상영관인 살 뷔누엘 400석이 거의 들어찼다. 특히 세 주인공이 파멸로 향하는 부분에선 탄식이, 마지막 반전 대목에선 폭소가 터졌다. 

칸=이후남 기자

◇김기영 감독=1955 년 영화 ‘주검의 상자’로 데뷔했다. ‘하녀’ ‘바보사냥’ ‘매화방 천둥불2’ ‘죽어도 좋은 경험’ 등의 작품이 있다. 백상예술대상 영화감독상,아시아영화제 미술감독상, 샌프란시스코 영화제 특별상 등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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