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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시평] MB의 방중에 거는 기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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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이명박 대통령이 5월 27일부터 30일까지 중국을 국빈 자격으로 방문한다. 이번 방문은 미·일 순방에 이은 4강 외교의 일환이지만 최근 정세 변화와 관련해 몇 가지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우선 이번 방중은 이명박 정부가 한·미 관계를 최우선시하면서 한국과의 관계가 상대적으로 약화하는 것 아니냐는 중국 측의 우려 속에서 치러진다. 따라서 정부는 이런 우려를 불식시키면서 우리 입장을 중국 지도부에게 이해시켜야 한다.

둘째는 대북 정책에 있어 과거 국민의 정부나 참여정부와는 구별되는 ‘비핵, 개방, 3000 구상’의 함의를 중국 측에 이해시켜야 한다. 새 대북 정책이 제대로 효과를 발휘하려면 북한의 최대 후원국인 중국의 도움이 절실히 필요하기 때문이다.

다음은 북핵 2·13 합의를 둘러싼 북·미 대화의 급진전과 6자회담 의장국 교체설의 출현 등 중국이 지닌 한반도 영향력 쇠퇴에 대한 우려도 불식시켜야 한다. 북핵 문제의 해결에 도사린 수많은 난제를 해결하려면 역시 중국의 역할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이명박 정부가 추구하는 ‘창조적 실용외교’의 대중국 적용이라는 측면도 매우 중요하다. 현재의 ‘전면적 협력 동반자 관계’를 ‘전략적 관계’로 한 단계 격상시키려는 움직임 역시 환경의 변화를 담을 수 있는 시도로 볼 수 있다.

사실 양국은 1992년 수교 이후 밀월 관계라고 할 만큼 안정적 관계를 유지해 왔다. 1500억 달러가 넘는 교역액, 연 500만 명 왕래, 한국의 대중(對中)투자 400억 달러, 100만 명 상주 시대를 앞둔 중국의 한국인, 한류(韓流)와 화류(華流)의 문화 교차 등은 양국 관계를 표현하는 수사들이다. 또 상호 경제 파트너로서의 비중과 한반도 비핵화 및 북핵 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위한 공조 등 향후 한·중 관계의 낙관 요인도 적지 않다. 양국 관계의 실질적 진전 및 격상을 위한 정상 간 셔틀 외교의 활성화, 국제 전략적 협력 관계 수립 등 양국이 보조를 맞출 수 있는 일은 무수히 많다.

그러나 지난 16년간의 양국 관계는 무엇이 실질적이면서 발전된 것인지를 새삼 돌아보게 한다. 또 미래의 양국 관계도 교류 영역과 내용의 다양화에 따라 지금까지와는 다른 갈등 요인들이 나타날 가능성이 높은 편이다.

한·중 관계를 이끄는 경제 교류는 시장 메커니즘에 따라 처리가 가능하지만, 국제관계는 양자만의 사안일 수 없다. 기타 분야 역시 서로 불편하다는 이유로 과거와 같이 적당히 덮어두고 봉합하는 방법이 통용되지 않을 수도 있다. 향후 한·중 관계의 지속적 발전을 저해하는 결정적 걸림돌이 많아졌다는 얘기다.

수교 이후 양국 정상들은 상호 방문을 통해 상징적이고 다양한 협력 관계를 선언하고 수많은 협정을 맺었다. 그러나 많은 협정과 논의들이 구체성과 현실성이 결여되어 형식적이고 상징적 차원에 머물렀기 때문에 일부는 이행조차 못하고 있는 것도 주지의 사실이다.

이제 양국에는 보다 성숙하고 미래 지향적 발전을 위한 새로운 접근이 필요하다. 경제는 시장에 맡기면서 국제 전략 관계 등의 거대 담론보다는 양국 관계의 실질적 신뢰 구축에 필요한 문제들을 논의해야 한다. 양국 국민들을 쉽게 자극하는 민족주의 문제, 탈북자 송환 문제, 한번이라도 머리를 맞대고 제대로 풀어보지 않은 채 서로 평행선만을 달렸던 역사 인식 문제에 대한 진지한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

특히 과거 역사의 해석에서 빚어진 논쟁은 장기적으로 양국 국민의 감정을 크게 자극할 수 있는 사안이다. 양국 최고위 지도자들이 이 문제에 대해 장기적으로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서로 깊이 있게 논의해 구체적인 대책을 마련한다면 더할 나위없는 성과로 받아들여질 것이다.

이번에 대통령이 방문하는 칭다오(靑島) 지역의 한국 기업 가정 중에는 교육을 위해 자녀를 거꾸로 한국으로 보내는 사람이 많다. 이 문제에 대해서도 한·중 합작 중·고등학교 및 대학 설립 등 구체적이고 가시적인 논의가 얼마든지 가능하다.

이번 한·중 정상의 만남은 그동안 급속한 양적 팽창을 추구하면서 놓쳤던 여러 가지를 살피는 자리가 돼야 한다. 또 상대방을 이해하기 위한 신뢰 구축의 첫 단추가 돼야 한다.

이로써 양국의 지속적 관계 발전을 보장하는 다양한 소통 메커니즘 구축의 단초가 될 수 있기를 진정으로 기대한다.

강준영 한국외국어대교수/중국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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