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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도 상품이다’ … 각국 조폐담당자들, 마케팅 묘안 짜내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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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고객들이 원하는 건 희소성입니다. 3만 개는 너무 많습니다. 1만5000개 정도여야 합니다.”

오스트리아조폐국의 케리 태터솔 마케팅디렉터가 기념주화의 적절한 발행량을 설명하자 청중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최근 부산 해운대 파라다이스호텔에서 열린 ‘제25차 세계주화 책임자회의’에서였다. 이 회의에는 48개국 350여 명의 조폐 당국자들이 참가했다. 이들이 머리를 맞대고 논의한 것은 ‘돈이란 상품을 어떻게 잘 팔 수 있을까’였다. 조폐 당국이 돈만 찍어서는 돈이 안 되는 세상이 오고 있기 때문이다.

◇희소성과 기술로 고객 잡기=세계 각국 조폐국의 관심은 ‘고객의 마음을 어떻게 사로잡을 것인가’ 였다. 고객은 바로 기념주화를 모으는 화폐 수집가들이다.

“고려해야 할 요소는 세 가지입니다. 가격과 기술, 그리고 테마입니다.” 캐나다조폐국의 베셀라 자이코바 마케팅디렉터가 도표를 보며 설명했다. 수집가들은 홀로그램이나 색깔이 들어간 기술이 뛰어난 주화일수록 사고 싶어한다는 게 설문조사 결과였다.

파리조폐국은 ‘소량 한정생산’을 주요 마케팅 방식으로 꼽았다. 루돌프 크렘프 수출담당 매니저는 “6000개를 생산한 2005년 금화(개당 269유로)는 연간 900개 팔리는 데 그쳤지만 1500개 한정생산한 2006년 금화는 매진됐다”고 설명했다. 파리조폐국은 앞으로 금화는 적은 수량만 만들고 대신 5유로짜리 은화는 200만 점을 생산하는 등 다양한 방식을 채택할 예정이다.

기념주화를 팔기 위해 다른 나라 조폐국과의 협력도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일본조폐국은 2006년 호주의 은화와 일본의 기념주화를 묶은 세트 4만6000점을 팔았다. 일본 수집가들에게 참신한 기획상품이란 인식을 준 것이 성공비결로 꼽혔다. 미국조폐국도 ‘25센트와 유로화 동전 세트’를 발행하기로 했다.

◇신용카드·전자금융에 위기 의식=늘어나는 신용카드 사용과 전자금융 거래로 결제 수단으로서 화폐의 사용은 점차 줄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도 새 1000원권, 5000원권이 나오면서 최근 화폐 발행량이 늘고 있지만 2011년부터는 줄어들 것이란 분석이다. 그래서 조폐국들이 기념주화 팔기에 열을 올리는 것이다.

한국조폐공사 백상현 브랜드마케팅 부장은 “신용사회가 되면서 각국 조폐공사들이 심각한 위기 의식을 느끼고 있다”며 “이 때문에 새로운 수익원 창출에 매달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우리나라는 기념주화 발행권이 조폐공사 아닌 한국은행에 있다. 현재 기념주화는 1년에 한 차례 정도만 발행되고 있다. 이 때문에 조폐공사는 최근 발행이 자유로운 메달 사업에 집중하고 있다. 올 2월부터 50개월 연속으로 발행하는 ‘한국의 인물’ 메달 시리즈의 경우 선착순 50명에겐 은화 증정 행사도 한다.

화폐 전문회사 화동양행의 최은정 팀장은 “외국 조폐국들은 기념주화 상품 개발이 활발히 이뤄지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상업화가 아직 더딘 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10만 명으로 추정되는 국내 화폐 수집가들을 위해 더 많은 기념주화 발행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한애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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