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씨 부정축재 사건-초조한 재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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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노태우(盧泰愚)전대통령 비자금사건이 재계를 온통 뒤흔들어 놓고 있다.
검찰이 10개 대기업을 금명간 소환하고 기업총수에 대한 사법처리까지 점쳐지는 최대의 강풍이 몰아닥치자 관련 기업들이 비상체제에 돌입했다.
10여개 대기업이 盧씨에게 비자금을 주었거나 그 돈을 불법세탁한 혐의로 검찰에 소환.수사될 것으로 알려지자 관련기업들이 2일 계열사 사장단회의나 측근 구수회의를 긴급소집,향후 대책을논의했다.
이들 그룹은 무엇보다 이번 검찰소환대상이 그룹총수인지,또 소환한후 총수 사법처리등으로 이어질지 여부를 그룹별로 평소 구축해놓은 검찰과 정치권등 관계요로의 채널을 총동원해 파악에 나섰다. 이런 신경전에는 무엇보다 소환대상을 계열사 사장이나 관련임원으로 격을 낮출 수 있는지 여부를 알아본다는 뜻이 있지만 일단 이번에는 기업총수가 직접 나서는게 아니냐는 체념적인 분석도 담겨 있다.
해당 기업들은 특히 그룹총수가 재경담당 임원등 측근들과 구수회의를 통해 盧씨에게 전달된 돈이 언제,어느 비자금계좌에서,어느 프로젝트건으로 검찰의 수사망에 포착됐는지를 놓고 각종 시나리오를 작성하고 대책마련에 부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그룹자금줄을 담당하는 재경담당 임원들은 최근들어 거의 잠을 잘 수 없을 정도로 비자금부분과 관련해 연일 밤늦게까지 대책마련및 소명자료작성에 매달려온 실정이다.또 시나리오별로 고문변호사와 법적 사항을 상의,검찰소환때 검사의 수 사에 어떻게답변할지 그 방안도 점검중이다.
한 그룹관계자는『그룹총수의 사법처리는 사업추진.자금조달등 기업의 경영전반을 마비시킬 우려가 있다』면서『이 때문에 그룹총수에 대한 사법처리만큼은 피할수 있도록 모든 대책을 강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재계에서는 최근 비자금사건에 대한 사회분위기를 감안할 때 2~3명 정도의 기업 총수가 사법처리 되는게 아니냐는 관측도 하고 있다.
이 때문에 해당기업들은 최악의 경우 그룹총수가 사법처리등으로자리를 빌 경우에 대비,당분간 총수없는 비상경영 방안등도 숙의하는 분위기다.한편 경영기획실을 중심으로 현재 벌이고 있거나 기획중인 사업에 대한 우선순위를 점검하고 회장부 재때를 대비해꼭 필요한 결심사항등은 미리 받아놓을 방침이다.
관련 기업들은 앞으로 기업이미지 실추뿐 아니라 여론도 악화일로를 치닫고 있어 장기적으로 기업경영에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근본대처방안의 필요성도 제기했다.
한편 1차 소환대상 가능성이 없는 기업들도 어느 기업이 검찰에 소환될 것인지 알아보는등 나름대로 대책을 강구하는 한편 내년도 사업계획을 재점검하는등 만일의 경우에 대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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