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씨 부정축재 사건-이원조씨 소환 배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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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문민정부들어 하나의 불가사의가 있다.
박준규(朴浚圭).김재순(金在淳)씨등 5,6공의 「초거물」들이서슬퍼런 사정칼날에 줄줄이 떨어져 나가도 끄떡없는 생명력을 과시한 인물.바로 이원조(李源祚)전의원이다.
그가 마침내 검찰의 소환조사를 받게 됐다.李씨는 노태우(盧泰愚)전대통령의 비자금 조성및 관리에 깊숙이 개입한 혐의를 받고있다. 아울러 동화은행 비자금비리등 일련의 「6공비리사건」에서거액의 뇌물을 받은 흔적도 뚜렷하다.그러나 「김영삼(金泳三)정부」에 들어와서도 李씨는 사정권에서 빗겨 서 있었다.현 정권의대선자금조성과 관련된 연루설이 그래서 나왔다.
李씨는 현 정국의 「핵폭탄」으로 불린다.각종 비리사건때마다 李씨의 이름이 빠진 적이 거의 없다.그가 검찰에서 어느 정도 입을 열지,검찰은 李씨의 어디까지를 파낼지 속단할 수 없다.
일각에서는 李씨를 건드리기 어려울 것이란 회의적 시선도 보낸다.그러나 한켠에선 李씨 조사를 빼놓고 정권의 도덕성이나 검찰의 독립성을 운위할 명분이 없다는 점에도 주목한다.
李씨가 소환되게 된 것은 현정권의 부담이 따르더라도 李씨를 공개적 조사선상에서 제외할 수 없다는 당위론이 힘을 얻게된 때문으로 보인다.李씨가 굳게 닫았던 입을 열게 될 경우 정국은 격한 풍랑에 휘말릴 전망이다.「성역」이었던 정치자 금의 깊숙한거래내용이 밝혀지면 정계와 재계에는 회오리바람이 몰아칠 것이기때문이다.
李씨의 「활약」은 이미 여기저기서 꼬리가 드러나고 있었다.지난 93년초 동화은행 비자금사건을 조사했던 함승희(咸承熙.당시대검연구관)변호사는 최근 『당시 수백억원이 입금돼 있는 李씨의비자금계좌를 발견했었다』며 『대통령선거 직전인 92년 11월부터 12월사이 입출금이 집중적으로 이뤄진 점으로 미루어 盧전대통령의 비자금계좌일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검찰은 이미 李씨가 안영모(安永模)전행장으로부터 2억여원을 받은 사실을 밝혀 냈으나 사법처리하지 않았다.물증이 없다는 이유에서였다.박계동(朴啓東)의원은 지난 19일 『李씨가 정권교체직전인 93년 1월말 시중은행 영업담당상무들을 소집,당시 상업은행 효자동지점에 있던 盧전대통령의 비자금 4,000억원을 분산 예치토록 지시했다』고 폭로했다.
한편 한전(韓電)비리에서도 李씨의 이름이 오르내린다.검찰은 지난해 8월 안병화(安秉華)전사장을 12억원의 뇌물수수 혐의로구속했지만 원전리베이트(사례금)가 1,000억원 내외일 것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이 돈이 통치권으로 흘러들어가 는 중간 매개역할은 李씨가 했을 것이라는게 정설이다.
당시 검찰은 安전회장과 로비이스트인 박병찬(삼창 회장)씨만 구속한채 서둘러 수사를 종결했었다.이번에는 「진실」이 드러날지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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