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씨 부정축재 사건-이원조씨 누구인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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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이원조(李源祚)씨는 몇가지 얼굴을 갖고 있다.그는 우선 80년 집권한 신군부 인사들과 대단히 가까운 민간인이다.신군부의 군(軍)내 대부격인 윤필용(尹泌鏞)씨 사건때 민간인으로서 유일하게 연루돼 조사를 받았다.전두환(全斗煥).노태우 (盧泰愚)전대통령등과 동향인 대구출신이다.
盧씨가 민자당 대표로 있던 80년대 중반 그는 盧씨 부부,盧씨의 동서인 금진호(琴震鎬)의원 부부와 여름휴가를 같이 다녔다. 그는 또 금융가의 황제라는 얼굴도 갖고 있다.신군부가 집권하자 제일은행부장에서 상무로 승진한 뒤 81년부터 석유개발공사사장,86년부터 은행감독원장으로 재직했다.석유개발공사는 당시 5조원 규모의 석유안정기금을 보유하고 있던 큰손.은 행들은 이돈을 자기 은행에 유치하기 위해 치열한 로비를 펼쳤다.이권이 있는 곳에 떡고물이 있던 5공시절 그가 많은 돈을 챙겼음은 지난번 재산공개때 드러났다.손자에게 수십억원짜리 땅을 사줄 정도. 은행감독원장은 금융계 임직원의 생사여탈권을 가진 막강한 자리다.이 과정에서도 축재를 한 사실이 93년 동화은행 비자금 사건에서 드러났다.
야당은 그의 개인적 치부보다 정치자금 조성역할에 주목하고 있다.유개공사장과 은행감독원장으로 있으며 13대 대선에서 노태우후보의 선거자금을 조달했다는 것이다.또 이 인연을 이용,14대대선때도 김영삼(金泳三)후보의 선거자금 조달을 맡았다고 야당은주장하고 있다.
이원조씨의 세번째 얼굴은 그동안 법망(法網)을 성공적으로 피해다닌 도피자의 얼굴이다.13대 국회때는 야당의 공격에도 불구하고 조사 한번 받지 않았다.14대 국회때는 전국구 의원으로 원내에 진출하기까지 했다.현 정부 출범후인 93년 동화은행 비자금 수사에 연루됐으나 다시 살아났다.대검 중수부에 소환됐다 유일하게 구속당하지 않은 기록을 갖고 있다.미국으로 도피했다 귀국한후 기소유예 처분을 받았다.
盧씨 비자금 파동이 터지자 이번에도 법망을 벗어날 수 있을지관심을 모으고 있다.
국민회의와 민주당은 李씨가 전두환.노태우씨만 아니라 현 정부에서도 비호를 받고 있다고 주장한다.
그는 현재 『고혈압과 당뇨가 악화돼 시골에 휴양하러 간다』는말만 남기고 잠적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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