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진단>盧씨 비자금 파문-백상창 정신분석정치학회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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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6면

노태우(盧泰愚)씨의 성격은 「수동적.공격적 성격장애」를 지니고 있는 것같다.여자와 데이트 약속을 하고 2시간 늦게 나가 약오른 여자를 보고 쾌감을 느끼는 퍼스낼리티의 유형이라 할까.
이런 행태는 盧씨의 정치행위에서도 잘 드러난다.
특히 이런 유형은 경제적으로 매우 인색한 편이다.이런 인격을가진 사람은 곧잘 다른 사람에게 상처를 줘 분노를 자아내게 한다.이번 비자금 사건도 이런 그의 성격의 연장선에서 이해할 수있다. 이와 맞물려 이번 사건은 일반서민과 중산층에게 심리적 현기증과 박탈감을 주었다.박탈감은 곧 분노로 연결돼 지도자 뿐만 아니라 체제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질 수 있다.단기적으로는 자신의 고단한 삶을 지배층에 투사시켜 파괴적 현상으로 나타날 수 있으며 장기적으로는 이 분노가 체내화해 「나는 왜 이리도 못났는가」하는 집단적 우울증에 걸릴 가능성이 있다.
프로이트의 용어를 빌리면 한국인들에게는 「죽음에의 본능」이 매우 높다.지난 30년간 급격한 근대화 과정에서 정신적으로 상처입고 소외된 사람들이 많기 때문이다.이번 사건은 마른 장작과같은 이들에게 불을 지른 꼴이다.그렇기 때문에 이번 사건을 어물쩍 넘기면 중대한 민중적 저항이 일어난다.이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구속 수사 및 비자금 전액몰수는 물론 정치의 철저한 개혁이 필요하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정치의 합리화를 통해 도덕적으로 정당한 정치풍토를 확립하지 않는다면 우리 사회는 중대한 도전을 맞게될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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