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대아파트 분양 전환가 주공이 결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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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경기도 양주시 모 임대아파트 단지는 2006년 1월 5년간의 임대 의무기간이 끝났다. 대한주택공사는 임대주택법에 따라 무주택 가구주인 이 아파트 주민 1100여 명에게 우선분양권을 부여했다. 분양 전환 가격은 전용면적 59.21㎡의 경우 6700여만원, 49.71㎡의 경우 5400여만원이었다.

주민들은 이 가격이 너무 높다며 택지비와 건축비가 어떻게 산정됐는지 근거를 대라고 주공 측에 요구했다. 하지만 주공은 주민들에게 분양 전환 가격을 결정하거나 심사할 자격이 없다며 거부했다.

그러자 주민들은 주공을 상대로 소송을 냈다. 분양가 산정 기준을 공개할 때까지 분양 전환 절차를 중지하고, 제3자에게 일반 분양하지 못하게 해달라는 것이었다.

1심 재판부는 주민들의 손을 들어줬다. 주택 가격의 산정 기초가 되는 택지비와 건축비에 대한 정보를 공개하지 않으면 주민들은 분양 계약을 체결할지 여부에 대한 올바른 결정을 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재판부는 “주공이 정보 공개를 거부하는 것은 임대주택법이 임차인에게 보장한 우선분양권을 사실상 침해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항소심 재판부는 1심 판결을 뒤집었다. 서울고법 민사24부는 “주공은 분양 전환 절차를 그대로 진행하라”며 원고 패소 판결했다고 21일 밝혔다. 재판부는 “주민들이 체결한 임대차계약에는 ‘분양 전환 가격은 (주공이 내놓는) 입주자 모집공고에 따르고, 주공이 지정한 기간 내에 분양을 받아야 한다’고 돼 있다”고 설명했다. 주공이 분양가 산정 기준에 대한 분쟁을 막기 위해 계약서에 명시해 놨는데 주민들이 이제 와서 문제 삼는 것은 옳지 않다는 것이다.

박수련 기자

◇임대의무기간=임대주택법은 주공 등 임대아파트 사업자가 ‘임대의무기간’에는 아파트를 팔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임대의무기간이 끝나면 기존 임차인들에게 우선분양권을 준다. 이때 임차인들이 분양을 받으며 내야 하는 가격이 분양전환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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