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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틴틴경제] 공기업 민영화는 왜 필요한가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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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틴틴 친구들도 ‘신이 내린 직장’이라는 얘기를 들어본 적이 있죠. 바로 공기업을 빗대는 말입니다. 정년 때까지 퇴출 위험도 적은 데다 일하기도 편하고 임금은 높아 최고의 직장이라는 것이죠. 대학 졸업자들이 취직하고 싶어하는 직장에 꼭 공기업이 1순위로 꼽히기도 했습니다. 그런 공기업을 놓고 요즘 말들이 많습니다. 효율이 떨어지니 민간하고 경쟁하도록 민영화해야 한다는 게 그중 하나입니다. 왜 그런 얘기가 나오는 걸까요.

◇정부가 주인인 기업=먼저 공기업이 어떤 곳인지부터 알아봐야 하겠네요. 공기업은 한마디로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만든 기업입니다. 주인이 정부나 지자체라는 얘기죠. 정부나 지자체가 이런 기업을 만든 건 나름대로 이유가 있어요. 우선 나라나 국민을 위해 꼭 필요하지만 민간에서 쉽게 나서기 어려운 분야가 있을 수 있습니다. 도로를 놓거나 전기·가스를 공급하는 일이 대표적이죠. 회사들은 돈을 벌기 위해 일을 하는데, 이런 일을 하려면 돈은 무척 많이 들어가지만 이익은 잘 나지 않습니다. 그래서 정부가 나서서 이런 일을 전담할 회사를 만드는 것이죠. 특히 나라 살림 규모가 작을 땐, 국민들도 돈이 많지 않아 처음 시작하는데 엄청난 돈이 필요한 일엔 쉽게 나서기가 어렵습니다.

또 정부가 할 일을 대신해 주는 곳도 있습니다. 집을 싸게 공급하거나 돈을 찍어내는 곳이 이런 유형에 속합니다. 이런 회사 가운데는 처음엔 아예 정부조직이거나 회사가 아닌 공공기관 형태로 있다가 회사 형태로 바뀐 곳도 많습니다. 우리나라에는 이런 회사가 24개가 있습니다. 또 회사 형태는 아니지만 공기업과 비슷한 일을 하는 기관도 281곳이나 됩니다.

◇경쟁 없으면 비효율=이런 회사들의 특징은 경쟁자가 없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능률을 올리기 위해 노력할 필요가 많지 않습니다. 일반 기업들은 물건을 팔지 못해 계속 적자가 나면 문을 닫아야 합니다. 하지만 공기업들은 적자가 나더라도 정부에서 지원을 받기 때문에 문을 닫을 일도 없습니다. 회사를 꾸려가는데 필요한 돈을 아낄 필요도 별로 없는 셈이죠. 실제 요즘 검찰이나 감사원에서 공기업들을 조사했더니 회사 사정이 어려운데도 예산을 엉뚱한 곳에 펑펑 낭비한 사례가 여러 곳에서 발견됐습니다.

게다가 나라 살림 규모가 커지면서 민간에서도 공기업과 비슷한 일을 하는 회사가 생겨나자 공기업이 민간 기업을 방해하는 일까지 생기게 됐습니다. 국가에서 지원하는 자금을 바탕으로 적자를 감수하면서도 가격을 낮추는 것입니다.

그래서 정부와 국민은 끊임없이 공기업을 감시하고 개혁하려고 합니다. 불필요한 부분을 잘라내고, 비효율적인 부분이 있으면 고치려는 것이죠.

◇최선의 개혁은 민영화=하지만 이런 노력은 한계가 있게 마련입니다. 영국의 역사학자 파킨슨은 “공무원(공기업)은 일에 상관없이 조직을 키우는 경향이 있다”는 법칙을 발표했습니다. 당장에는 덩치를 줄일 수 있지만 시간이 지나면 도로 커지는 속성을 갖고 있기 때문입니다. 퇴임 후 갈 곳을 찾는 관료나 선거에서 신세진 사람을 봐줄 정치인들도 공기업이 있다면 당연히 이용하려고 들겠죠.

그래서 가장 효과적인 공기업 개혁으로 꼽히는 게 민영화입니다. 민간에 팔아 회사 주인을 만들어 주는 것입니다. 그럼 누구의 지시나 간섭이 없어도 살아남기 위해 좋은 물건을 싸게 만들 방법을 찾고, 예산을 아낄 수단을 강구하게 되니까요.

국내에선 성공 사례로 한국중공업이란 회사를 들 수 있습니다. 적자투성이였던 이 회사는 두산그룹이 인수한 뒤 종업원 수는 30%나 줄었지만 이익은 엄청나게 늘었습니다. 짠 바닷물을 마실 수 있는 물로 바꾸는 담수화 기술로는 이 회사가 세계에서 가장 뛰어나다고 합니다. 한국통신이라고 불렸던 KT도 좋은 사례입니다. 정부가 소유했을 때보다 시외·국제 통화료는 오히려 내렸으니까요.

물론 모든 공기업을 민영화할 수는 없습니다. 거꾸로 민간 기업에서 비효율이 나타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이윤 추구에 도움이 안 된다면 품질 개선을 게을리한다는 것이죠. 미국 캘리포니아에서는 전력산업을 민영화한 뒤 낡은 전기선을 교체하지 않아 1990년대 대규모 정전사태가 나기도 했습니다. 극단적으로 국가 안보와 국민 편의를 위해 꼭 필요한 회사를 민영화했는데, 이윤이 나지 않아 문을 닫는다면 아주 곤란해지겠죠.

하지만 산업은행이나 기업은행처럼 민간에 비슷한 일을 하고 있는 회사가 많이 존재한다면 민영화하는 것이 효과적인 방법입니다.

최현철 기자

▶공기업 경영 공개하는 사이트도 있어요
국민들에 알리게 법으로 정해 놓았죠
‘www.alio.go.kr’ 클릭해 보세요

공기업이나 공공기관이 비효율적이라고 하지만 아무렇게나 운영되는 것은 아닙니다.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에 따라 일을 하고 점검을 받는 방식이 정해져 있죠. 또 공기업을 관장하는 각 정부부처가 평소 공기업 운영을 통제합니다. 이 밖에 정부 조직을 감시하는 감사원이 나서서 법규를 위반했는지, 비능률적인 부분은 없는지를 주기적으로 조사합니다. 만약 감사에서 잘못한 부분이 드러나면 징계를 받거나 심하면 형사처벌을 받을 수도 있어요.

이처럼 정부가 이중·삼중의 감시망을 짰지만 공기업의 비능률은 완전히 제거되지 않습니다. 월급을 마음대로 올리고, 심지어 신입사원 시험 성적을 조작하기도 했다는 소식도 있었습니다.

그래서 정부는 공기업과 공공기관들이 자신들의 운영 상황을 국민들에게 알리도록 법에 의무화했습니다. 국민들로부터 감시를 받으라는 의미죠. 한 걸음 더 나아가 개별 공기업들의 경영 정보를 아예 한군데 모아 국민들이 원하면 간편하게 찾아볼 수 있는 포털 사이트(알리오·www.alio.go.kr)를 열었습니다.

이곳에 실리는 경영정보는 대차대조표와 손익계산서처럼 기본적인 것만 있는 게 아닙니다. 임직원 수와 이들이 월급을 얼마나 받는지, 접대비나 판공비를 어디에 얼마나 썼는지까지 모두 포함됩니다. 국회나 감사원으로부터 지적받은 사항이나 자체 경영평가 결과도 실립니다. 틴틴 친구들도 어느 공기업이 어떤 일을 하고, 월급은 얼마나 받는지 궁금하다면 한번 클릭해 보세요. 또 공기업 가운데는 자회사나 계열사를 거느린 회사도 있습니다. 한전과 도로·철도·토지·주택·가스·농촌 공사 등 7개 회사의 자회사나 계열사는 무려 32개나 됩니다. 규정상 이런 계열사나 자회사는 공기업 범위에 포함되지 않지만 알리오에서는 이들 간의 거래 관계도 공개해야 합니다.

국민들이 공기업을 감시하고 통제하는 방법은 또 있습니다. 정부가 운영하고 있는 예산낭비신고센터입니다. 공기업뿐 아니라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에서 국민이 낸 세금을 낭비하는 사례를 신고하면 적극적으로 고치겠다는 취지에서 만들었습니다. 2005년부터 지난해까지 모두 4600여 건의 사례가 이곳에 접수됐습니다. 이를 조사해 낭비된 돈을 회수하고, 규정을 고쳐 아낀 돈이 무려 1774억원에 이른다고 합니다. 시민들의 적극적인 감시가 공기업을 효율적으로 운영하는 데 꼭 필요하다는 사실을 증명해 주는 사례입니다.

최현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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