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씨 비자금 파문-민주당.국민회의 DJ 20억사용처 공방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7면

『2선으로 물러난 나까지 흠집내려고 몸부림치다니….』 민주당이기택(李基澤)상임고문은 30일 어이없어 했다.졸지에 국민회의김대중(金大中)총재의 20억원 수수 불똥이 자신에게 튀었기 때문이다. 李고문의 떨떠름한 표정을 시작으로 DJ(金총재)가 노태우(盧泰愚)씨로부터 받은 20억원 수수 파문이 국민회의와 민주당간 공방으로 번지고 있다.
민주당은 金총재 비서 출신들이 李고문 15억원,이부영(李富榮)의원 3억원,이규택(李揆澤)대변인.노무현(盧武鉉)전부총재 각1억원등 20억원이 골고루 할당됐다고 주장한데 대해 발끈했다.
아닌 밤중에 홍두깨라는 반응이다.
국민회의는 대선자금 파동을 민주당이 물고늘어지려는 의도를 사전 차단하기 위해 비서 출신들을 통해 민주당 핵심들의 돈 수수설을 슬쩍 흘렸고 이에 민주당이 선명성을 부각시킨다는 차원에서적극 방어에 나선 것이다.이날의 민주당 대책회의 에서 이부영의원은 고발까지 운운했다.그는 『언제 어디서 주었는지,수표로 주었는지 돈세탁해 주었는지 안밝히면 검찰에 고발하겠다』고 흥분했다. 盧전부총재는 아예 돈받은 사실을 공개하면서 역설적으로 치고 나갔다.『대선당시 청년특별위원장으로서 23억원을 받았는데 왜 1억원만 얘기하는가』라며 실소를 금치 못했다.이어 『우황청심원을 밥먹듯이 먹으면서 DJ를 도왔는데….다 함께 털어놓자』며 폭로전 태세였다.DJ의 도덕성 문제도 들고 나왔다.『급하면적에게도 돈을 받을 수 있는 것인가』라고 반문했다.
국민회의는 민주당 지도부의「양심」을 지적했다.『대선때 말고 총선 때도 金총재로부터 이런저런 정치자금을 받아쓴 사람들이「DJ 죽이기」에 동참하고 있다』는 공세를 폈다.
박지원(朴智元)대변인은 『盧씨로부터 받은 20억원으로 지원해줬다는 게 아니라 당 공식자금이나 金총재 개인자금으로 준것』이라고 밝혔다.다른 것을 들어 DJ를 공격할 수는 있어도 돈가지고 그러면 서운하다는 반응이다.朴대변인은 또 『배 은망덕도 유분수지,의원으로 당선된게 누구 덕인데 원색적인 비난을 하느냐』고 꼬집었다.
비자금 파문으로 비롯된 여야 4당의 이전투구(泥田鬪狗)속에 과거 한솥밥을 먹던 두 야당의 싸움이 점입가경(漸入佳境)이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