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씨 비자금 파문-수사진 보강 배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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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검찰이 노태우(盧泰愚)전대통령 비자금사건 수사진을 대폭 보강키로 한 것은 盧씨 비자금과 6공비리를 따로 떼어 생각할 수 없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볼 수 있다.
盧씨의 비자금 조성경위와 성격등을 조사하다보면 어차피 「6공비리」와 맞물려 각종 탈법.불법행위의 표출이 명약관화(明若觀火)하고 현재의 중수부 2과만으론 이에 대응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아울러 국민들의 분노와 좌절감이 엄청난 상황에서 盧씨등 지금까지 혐의가 드러난 3~4명만을 사법처리하는 선에서 사건을 매듭지을 경우 의혹을 잠재울 수 없고 계속 부담으로 남을것이란 점도 고려된 것으로 보인다.
사법처리의 성역으로 여겨지던 정치자금,그것도 전직 대통령 비리수사의 파장이 간단치 않은 상황에서 차제에 국민들의 의혹이 계속 제기되는 6공비리 전반에 대한 검증을 거침으로써 의혹들을불식시키자는 것이다.
검찰이 다룰 것으로 예견되는 비리의혹 사건은 대형 국책사업과비리의혹이 끊임없이 제기된 전투기 기종 변경등을 둘러싼 율곡사업,영종도개발,경부 고속철도사업,동화은행 비자금사건,골프장 허가,원전 건설사업등이다.
그러나 검찰이 수사진 확대.개편 방식을 88년 5공비리 수사때의 전례를 따르지 않은 것도 눈길을 끄는 대목이다.
당시 검찰은 전국에서 28명의 특수수사통 검사를 차출해 대검중수부장의 지휘하에 「5공비리 수사팀」을 구성,전면 수사에 나섰었다. 그러나 수사결과 전두환(全斗煥)전대통령 일가족 몇명과고위공직자 몇명의 개인 차원 비리를 적발해 처벌하는 수준에 그쳐 수사결과가 설득력을 갖지 못했다는 비판을 받았던 것이 사실이다. 이른바 30여 항목의 5공비리를 수사했으나 최종 수사결과를 발표하면서 대부분 해명성 수사에 그쳤었고 특히 엄청난 자금이 오갔을 것으로 여겨지는 경제관련 수사는 사실상 변죽만 울린채 종결됐었다.
따라서 검찰은 5공비리 수사때의 전철을 반복하지 않기 위해 필요에 의해 수사진은 확대하지만 별도팀 구성이라는 형식을 굳이피한 듯하다.
대검 중앙수사부라는 국내 최고의 수사기관을 남겨두고 별도의 팀을 구성한다는 것은 수사 결과가 만족스럽지 못할 경우 검찰 전체에 쏟아질 비난을 중수부 차원으로 국한할 수 있어 착수 단계부터 일부러 의욕을 과시할 필요가 없다는 고려도 작용한 듯하다. 결국 이 사건의 수사 대상 폭과 내용은 검찰의 수사의지와능력에 달려있지만 이번주 검찰에 출두하는 盧씨의 진술과 소명자료를 통해 정해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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