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스트리트저널>방콕은 北美불법취업 전진기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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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빈농의 9남매중 일곱째인 태국처녀 카낭 이사라(36)는 방콕보다 열배 많은 임금을 받을 수 있다는 꿈에 부풀어 4년전 캘리포니아행 여객기에 몸을 실었다.그러나 그 앞에 펼쳐진 것은 「노다지 금광」이 아니라 시간당 1달러짜리 감금 노역이었다.
엘몬티의 한 봉재공장에서의 고단한 「노예」생활이 막을 내린 것은 93년10월 미국당국의 불법취업 단속때였다.
솜지트 소파자리(40.여)도 4년전 『돈을 많이 벌 수 있다』는 친지의 유혹에 끌려 이 공장에 들어갔지만 불법이민하는데 들어간 본전 12만바트(약4,800달러)를 건지기조차 어렵다는걸 금세 깨달아야 했다.이 공장은 태국인 일가족 이 운영하는 족벌중소기업으로 근로자들의 외부출입은 물론 편지왕래까지 철저히통제했던 것으로 드러났다.휴일도 없이 아침 7시부터 자정까지 일하는게 보통이었다.
90년대 이후 부쩍 극성을 부리기 시작한 태국의 북미(北美)불법이민 커넥션 때문에 태국과 미국 정부가 골머리를 앓고 있다. 미국 이민당국은 20여개 태국 여행사가 비자 위조등 수법을통해 전문적으로 미국에 불법이민을 송출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심지어 룽사프나 타케릉 같은 태국의 대형 여행사도 이에 가담하고 있다는 이민자들의 증언도 있지만 해당 회사들은 이를 극력 부인한다.
방콕을 통해 북미로 보내지는 불법이민의 수는 올들어 한달 2,000명 수준으로 추산된다.태국인뿐 아니라 중국.인도.파키스탄.방글라데시.스리랑카,심지어 멀리 나이지리아인들도 태국의 범죄조직을 통해 미국 이민을 시도하고 있어 방콕은 국제불법취업의전진기지처럼 돼 버렸다.
태국 이민국은 지난8월 이후 범죄조직과 연루된 혐의로 이민국.경찰공무원 11명을 구속했는데 이들은 불법이민을 눈감아 주는대가로 1인당 400달러를 받은 것으로 밝혀졌다.
이들 아시아계 불법이민은 주로 캘리포니아.뉴욕주의 감옥같은 공장이나 유곽으로 팔려가는데,송출회사는 많으면 1인당 3만5,000달러씩 받는 경우도 있다.이러한 범죄는 각계에 거미줄처럼퍼져 있는 범죄조직을 통해 저질러진다.여행사.항 공사는 물론 부패관리들에게까지 범죄조직의 끈이 닿아있다.
현재 20여만명의 태국인이 대만.일본.사우디아라비아등지의 건설현장에 나가 일하고 있는 반면 태국내의 저임직종엔 미얀마.중국등 35만여명의 외국인들이 불법취업하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이처럼 대규모 인력수출국과 인력수입국을 겸하고 있다는 독특한위상이 태국을 국제불법취업 커넥션의 온상으로 만드는게 아니냐는해석을 낳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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