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씨 비자금 파문-연희동 현장표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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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노태우(盧泰愚)전대통령의 대국민 사과문 발표가 있은 27일서울연희동 盧씨집에는 내외신 기자 150여명이 몰려들었다.
盧씨측이 언론사별로 취재와 사진기자 1명씩으로 출입을 제한하자 미처 집안으로 들어가지 못한 취재진들은 盧씨 집 앞 골목에임시 설치한 소형 TV를 지켜보는가 하면 주민들의 반응을 살피는 등 열띤 취재경쟁을 벌였다.
…전날(26일) 여성단체 회원들의 기습시위에 놀란 경찰은 3개중대를 盧씨 집 주변에 추가 배치한 것을 비롯해 이날 오전 사복 전경과 함께 무장 전경 50여명을 공터에 대기시키는등 만일의 사태에 대비,경비에 만전을 기하는 모습.
또한 주민들의 출입도 가급적 저지하라는 무전 지시가 내려지자盧씨 집 인근에 사는 주민들과 전경들이 출입을 놓고 옥신각신 하는 모습도 자주 눈에 띄었다.
…사과문 발표가 있는 오전11시쯤에는 주민 3~4명이 경찰의경비망을 뚫고 盧씨 집쪽으로 진출에 성공,사태 진행을 지켜보았으며 인근 4차선 도로를 지나던 차량들도 차를 세워 구경하는등이 사건에 대한 국민적 관심을 반영했다.盧씨집 인근 골목길을 가득 메운 취재차량으로 곤욕을 치르고 있다는 주민 朴모(46.
여.주부)씨는 『사과문 발표가 끝나면 기자들도 모두 떠나느냐』며 이색 희망사항을 내놓기도.
주민 金모(68.무직)씨는 『탈법으로 정치자금을 모은 정치인이 盧씨 뿐이겠느냐』면서도 『위법사실이 드러나면 사법적 수단을동원,마땅한 처벌을 내려야 할 것』이라고 목청을 높였다.
李모(55.여.주부)씨는 또 『사과를 한다고 해놓고 비자금을어떻게 모으고 사용했는지를 밝히지 않는 것은 국민을 우롱하는 처사』라며 『하나마나한 사과를 왜 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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