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씨 비자금 몰수땐 국가 稅外수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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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노태우(盧泰愚) 전대통령은 자신이 밝힌 것만 해도 사상 최대규모의 국가 몰수 부정축재 재산 소유자로 기록될 것 같다.盧씨는 주로 기업인의 성금이라고 했지만 공식적 후원회를 통한 정치자금으로 보기 어렵고 불법적으로 조성된 정치자금 일 것이므로 국고에 환수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정치권이나 부정 축재자로부터 몰수.헌납된 재산은 일단 국민들이 내는 세금이 아닌 세외(稅外)수입으로 잡힌다.일반적으로 세외 수입은 각 부처 수입인지 판매대금이나 범칙금이 대부분을 차지한다. 올해 안에 검찰 수사와 사법 처리까지 끝나 이 비자금이 몰수될 경우 95년 세외 수입으로 올해의 세계잉여금을 그만큼 더 불리게 된다.그렇다고 당장 내년 예산에 포함시켜 쓰기도어렵게 돼있다.내년도 예산안은 이미 정부 안이 국무회의 의 의결을 거쳐 국회에 제출돼 심의를 기다리고 있다.국회 심의에서 예산을 깎을 수는 있되 늘릴 수는 없다.세계잉여금으로 분류,처리되면 이는 주로 나라 빚을 갚는데 쓰인다.국채나 한국은행 차입금,양곡증권 원리금 상환등에 쓰며 그래도 남으면 그 이듬해(97년)일반회계 예산 속에 흘러들어가게 된다.따라서 盧씨 비자금에 대한 용처는 내년 9월께나 정해질 전망이다.일부에선 중소기업 지원이나 미분양 아파트 해소등에 쓰자는 이야기도 있지만 규정상 당장 이런데로 돌려 쓰기 는 어렵다.물론 이번 비자금은그 규모가 커서 특별하게 용도를 정해 쓰여질 가능성이 있다.80년 김재규.김종필씨등으로부터 환수된 재산의 경우 농어민 후계자 육성기금법이라는 특별법을 만들어 396억원을 이곳에 투입했다.이후락씨로부터 몰수한 재산에는 울산지역에 학교도 있어 장학재단을 설립토록 한 뒤 국가가 증여하는 형식을 취했다.그러나 전두환(全斗煥) 전대통령이 헌납한 140억원은 그냥 국고로 들어가 다른 돈과 함께 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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