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 넓고 인구 적어 인터넷 보급률 7% 무선망이 대안이다 인프라 구축 나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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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TC 직원이 블라디보스토크 근교에 통신 안테나를 설치하고 있다. 이 회사는 무선통신을 이용해 인터넷과 IPTV 보급 사업을 벌일 예정이다. [NTC 제공]

블라디보스토크 시내 중심가에 있는 현대호텔 지하 1층엔 엔테카(NTC) 서비스센터가 있다. 이 회사는 1998년 KT가 지분의 80%를 인수해 연해주 지역을 무대로 이동통신사업을 하고 있는 회사다. 지난달 방문했던 서비스센터에선 IPTV 시연회가 한창이었다.

김영택 사장은 “올해부터 무선 초고속인터넷과 IPTV를 새로운 성장 분야로 삼고 시장을 개척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대부분의 주민이 이용하는 이동통신과 달리 이곳의 인터넷 인프라는 열악하다. 초고속인터넷 서비스 가입률은 지난해 말 현재 7% 선. 2010년에야 15%가 될 전망이다. 이 때문에 초고속인터넷 인프라를 활용한 IPTV 보급은 어려운 실정이다. 연해주 최대 케이블 사업자인 달스뱌지가 서비스하는 IPTV ‘TVi’는 70개 채널을 제공하고 있지만 가입자는 1만 명이 안 된다. 요금은 TV와 인터넷을 묶어 한 달에 5만원 정도.

NTC는 이곳에서 무선망인 와이맥스를 활용해 초고속인터넷과 IPTV를 제공할 계획이다. 땅이 넓고 인구밀도가 낮은 극동러시아에서 유선망을 구축하려면 많은 비용이 들기 때문이다. 김 사장은 “러시아 극동 지역의 와이맥스 사업권을 획득해 본격적인 인프라 구축작업에 들어갔다”며 “이동통신 사업에서 얻은 경험을 바탕으로 무선 초고속인터넷과 IPTV 서비스를 하면 상당한 성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NTC는 연해주 인구 200만 명 중 110만 명이 가입한 이 지역 이통업계 일인자다. 덕분에 서비스 범위가 연해주에 한정돼 있지만 러시아에선 가입자 수로 9위를 달린다. 지난해 매출액은 1억 달러가 넘었고, 영업이익도 4000만 달러에 달했다. 첨단 통신 서비스에다 상담 창구에 쇠창살을 없애고, 은행처럼 번호표 발행기를 놓는 등 한국식 서비스를 도입한 것이 고성장의 밑거름이었다.

부츠키 타치야나 부장은 “러시아 통신업체들은 전화 응대도 제대로 하지 않고, 찾아온 고객도 하염없이 기다리게 하는 게 일반적인 모습인데, NTC가 이를 바꿨다”며 “이제는 지역 대학 졸업자들이 첫 손가락으로 꼽는 직장이 됐다”고 말했다.

특별취재팀=이원호(미국)·이나리(유럽)·김창우(아시아) 기자, 최형규 홍콩 특파원, 김동호 도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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