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ALESTATE] 민간택지 상한제 첫 아파트 … 청약률 낮은 까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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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0면

민간택지에서 분양가상한제 적용을 받는 아파트 분양이 잇따르고 있다. 사진은 최근 대구시 북구 침산동에서 상한제에 따라 분양된 쌍용예가 견본주택.

정부가 집값 급등세를 부추기는 분양가 상승을 잡기 위해 2005년 도입한 분양가상한제. 주변 시세가 아닌 땅값·건축비 등 원가 수준에서 분양가를 매기게 한 제도다. 택지지구·신도시 등 공공택지에 우선 적용돼 중소형의 경우 주변보다 30%가량 싸게 분양가가 결정된 2006년 판교신도시 분양에서 정부는 상한제 도입 재미를 톡톡히 봤다.

2006년 집값이 다시 크게 오르자 정부는 같은 해 11·15 대책에서 상한제를 공공택지 이외의 땅인 도심 등 민간택지로 확대하기로 했다. 민간택지 상한제 확대는 주택 수요자들 사이에 분양가 인하 기대감을 키우면서 지난해 이후 집값 안정세를 낳는 데 결정적 계기가 됐다.

법제화를 거쳐 지난해 9월 시행에 들어간 민간택지 상한제가 적용되는 단지들이 드디어 시장에 선을 보이고 있다. 가화건설이 이달 초 울산시 울주군 온산읍에서 분양한 가화파티오(80~113㎡ 192가구)와 최근 대구시 북구 침산동에 나온 쌍용건설의 쌍용예가(99~155㎡ 597가구)가 민간택지 상한제 단지다.

수도권에서도 조만간 민간택지 상한제 단지가 나온다. C&우방ENC가 수원시 권선구 구운동에서 분양할 우방유쉘(111~138㎡ 182가구)의 분양승인이 시에 신청돼 있다.

이들 단지의 분양가는 감정 평가한 땅값에다 정부가 고시한 기본형 건축비 등을 합친 금액으로 정해졌다. 전용면적 85㎡ 초과의 중대형은 이렇게 정한 분양가가 주변 시세의 80% 이하일 경우 채권입찰제 적용을 받아 주변 시세의 80%에 수요자에게 공급된다.

하지만 이들 단지의 분양가 인하효과는 기대 이하로 나타났다. 주변 시세와 별 차이가 없거나 일부는 되레 더 비싸다. 대구 쌍용예가의 3.3㎡당 평균 가격이 792만원으로 구청이 채권입찰제 적용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 조사한 주변 시세(3.3㎡당 800만원 선)와 비슷하다.

인근 엘림공인 관계자는 “침산동에서 가장 최근인 2006년 입주한 코오롱하늘채 2단지 165㎡가 4억원 선”이라며 “값싼 상한제 단지를 기다리며 청약이나 기존 주택 매입을 미뤄온 수요자들이 실망스럽다는 반응”이라고 전했다.

가화파티오는 분양가가 3.3㎡당 495만원으로 지난해 12월 인근 덕신리에서 상한제를 적용받지 않고 나온 강산리더스타운 3차보다 싸다. 그러나 차이가 3.3㎡당 평균 40만원 정도에 불과하다.

수원 우방유쉘도 주변 시세(3.3㎡당 평균 900만원 선)와 비슷한 수준에서 분양가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수원시 관계자는 “상한제 분양가가 인근 시세와 큰 차이가 없어 중대형 채권입찰제는 적용되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렇다 보니 청약자가 많지 않다. 쌍용예가의 순위 내 청약률은 21%에 그쳤고, 가화파티오의 순위 내 청약자는 한 명도 없었다. 내외주건 김신조 사장은 “값싼 상한제 단지를 기다린 수요가 적지 않았는데 막상 상한제 단지가 주변 시세 등에 비해 싸지 않아 인기를 끌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황정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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