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택지에서 분양가상한제 적용을 받는 아파트 분양이 잇따르고 있다. 사진은 최근 대구시 북구 침산동에서 상한제에 따라 분양된 쌍용예가 견본주택.
2006년 집값이 다시 크게 오르자 정부는 같은 해 11·15 대책에서 상한제를 공공택지 이외의 땅인 도심 등 민간택지로 확대하기로 했다. 민간택지 상한제 확대는 주택 수요자들 사이에 분양가 인하 기대감을 키우면서 지난해 이후 집값 안정세를 낳는 데 결정적 계기가 됐다.
법제화를 거쳐 지난해 9월 시행에 들어간 민간택지 상한제가 적용되는 단지들이 드디어 시장에 선을 보이고 있다. 가화건설이 이달 초 울산시 울주군 온산읍에서 분양한 가화파티오(80~113㎡ 192가구)와 최근 대구시 북구 침산동에 나온 쌍용건설의 쌍용예가(99~155㎡ 597가구)가 민간택지 상한제 단지다.
수도권에서도 조만간 민간택지 상한제 단지가 나온다. C&우방ENC가 수원시 권선구 구운동에서 분양할 우방유쉘(111~138㎡ 182가구)의 분양승인이 시에 신청돼 있다.
이들 단지의 분양가는 감정 평가한 땅값에다 정부가 고시한 기본형 건축비 등을 합친 금액으로 정해졌다. 전용면적 85㎡ 초과의 중대형은 이렇게 정한 분양가가 주변 시세의 80% 이하일 경우 채권입찰제 적용을 받아 주변 시세의 80%에 수요자에게 공급된다.
하지만 이들 단지의 분양가 인하효과는 기대 이하로 나타났다. 주변 시세와 별 차이가 없거나 일부는 되레 더 비싸다. 대구 쌍용예가의 3.3㎡당 평균 가격이 792만원으로 구청이 채권입찰제 적용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 조사한 주변 시세(3.3㎡당 800만원 선)와 비슷하다.
인근 엘림공인 관계자는 “침산동에서 가장 최근인 2006년 입주한 코오롱하늘채 2단지 165㎡가 4억원 선”이라며 “값싼 상한제 단지를 기다리며 청약이나 기존 주택 매입을 미뤄온 수요자들이 실망스럽다는 반응”이라고 전했다.
가화파티오는 분양가가 3.3㎡당 495만원으로 지난해 12월 인근 덕신리에서 상한제를 적용받지 않고 나온 강산리더스타운 3차보다 싸다. 그러나 차이가 3.3㎡당 평균 40만원 정도에 불과하다.
수원 우방유쉘도 주변 시세(3.3㎡당 평균 900만원 선)와 비슷한 수준에서 분양가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수원시 관계자는 “상한제 분양가가 인근 시세와 큰 차이가 없어 중대형 채권입찰제는 적용되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렇다 보니 청약자가 많지 않다. 쌍용예가의 순위 내 청약률은 21%에 그쳤고, 가화파티오의 순위 내 청약자는 한 명도 없었다. 내외주건 김신조 사장은 “값싼 상한제 단지를 기다린 수요가 적지 않았는데 막상 상한제 단지가 주변 시세 등에 비해 싸지 않아 인기를 끌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황정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