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씨돈 받은사람 증여세 내야-비자금 세금문제 어떻게되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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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노태우(盧泰愚)전대통령이 기업으로부터 받았다고 한 5,000억원과 정치인.정당등에 주었다는 3,300억원에 대한 세금문제는 어떻게 처리될까.
사상 처음 전직 대통령의 비자금이 수면 위로 떠오른 27일 국세청은 몹시 곤혹스런 표정이다.그간 정치 자금은 세금의 테두리 밖의 「성역(聖域)」이었기 때문이다.
88년 전두환(全斗煥)전대통령이 백담사로 들어가기전 『정치자금 139억원을 국가에 헌납하겠다』고 밝혔을 때도 세금문제는 거론되지 않았다.국세청 관계자는 『당시는 정치문제로 해결했기 때문에 경제 논리가 끼어들 소지가 없었다』고 말했 다.
그러나 지금은 그 때와 다르다고 많은 국세청 관계자들이 밝히고 있다.
한 관계자는 『全전대통령은 스스로 정치자금을 반납했지만 盧전대통령은 퇴임후에도 갖고 있었기 때문에 횡령.뇌물수수등 사회.
경제논리가 적용될 수 있다』며 『게다가 지금은 불법 정치자금이통용되지 않는 시대』라고 밝혔다.
순수히 세법만 놓고 보면 盧씨가 받은 5,000억원과 정치인등에게 준 3,300억원은 성격이 다르다.
국세청 관계자는 『盧전대통령이 받은 돈은 기업이 대가를 바라고 준 돈이어서 「뇌물」,준 돈은 사실상 대가없이 준 것이어서「증여」에 가깝다』고 설명했다.
이 경우 「뇌물」에 대해선 세금이 붙지 않는다.
우리 세법은 과세 대상을 일일이 지정하는 열거주의를 택하고 있는데 뇌물은 그 속에 없다.
다만 뇌물을 준 기업중 탈세한 기업은 세금을 추징당하고 기업인은 최악의 경우 조세범처벌법에 의해 처벌받는다.
그러나 盧전대통령이 준 돈을 받은 사람들은 받은 시점의 세율에 따라 증여세를 물어야 한다.
김대중(金大中)국민회의 총재도 따라서 92년 세법(5억원까지기본세금 1억9,000만원에 5억원 초과 금액의 60%)에 따라 세금.가산금.가산세를 합쳐 총 14억1,700만원의 세금을내야한다.
또 검찰 조사결과 기업.기업주가 盧씨에게 준 돈이 뇌물이 아니라 증여에 해당된다면 盧씨도 증여세를 물어야 한다.
한편 정당이 받은 돈이 법정 기부금이면 과세되지 않지만 그렇지 않다면 역시 증여에 해당돼 똑같은 세법 논리가 적용된다.다만 그때의 정당이 지금은 없다면 세금을 거둘 수 없다는 것이 국세청의 해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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