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호세상보기>대통령의 가요무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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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1973년 4월30일 닉슨 미 대통령은 전국 TV연설을 했다.그는 이 연설에서 워터게이트 사건의 모든 책임은 대통령에게 있다면서 이 사건과 관련해 죄가 있는 자,권력을 남용한 자를 모두 처벌하겠다고 말했다.결국 자신의 책임은 사건 을 저지른 책임이 아니고 사건을 수습할 책임이라는 점을 우회적으로 강조한것이다.바로 이렇게 교묘한 말로 책임의 성격과 소재를 「변조(變造)」한 것이 나중에 미국 국민의 분노를 사게 됐다.그는 결국 1년여뒤 대통령직을 사임했다.
역대 한국 대통령들도 거짓말을 많이 했다.대국민 사과성명을 발표한 노태우(盧泰愚)전대통령도 처음에는 비자금의 주인이 누군지 나도 궁금하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그러고보니 우리는 상처 투성이 전직(前職)대통령만 갖고 있다.TV에서 도 전직 대통령을 소재로 한 드라마 방영이 한창이다.전직 대통령들의 마음이 편할 리 없을 것이다.가요무대에 초대해 울적한 마음을 달래드리면 어떨까.
□ 『뜸북새는 새지만 으악새는 풀입니다.그러나 가을에 슬피 울기는 마찬가집니다.으악새가 울면 조각달도 이지러지고 뜸북새가울면 들국화도 떱니다.16년전 그때가 생각납니다.김재규(金載圭)의 확인사살! 피가 튀어 그의 셔츠를 적셨습니다.
오 하느님 맙소사.나의 최후가 이렇게 충격적으로 재현(再現)되다니. 국민 여러분 제발 저를 잊어 주십시오.그러나 용서하지는 마십시오.모든 불행의 씨앗을 뿌린 사람은 납니다.나를 용서하면 나같은 불행한 대통령이 또 나오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습니다.강물도 목이 메는군요.』 『베사메 베사메 무초.리라꽃은 졌습니다.산타 마리아는 외롭습니다.제가 왜 막대한 재산을 축적했겠습니까.저는 똑똑히 보았습니다.불과 1년전까지 전지전능의 통치자로 군림하던 대통령이 화장실조차 제대로 없는 산사(山寺)에은둔하는 것을 .그래서 퇴임후에도 돈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저의머리를 꽉 채웠습니다.
휘파람을 잘 불던 조용한 소년은 이제 리라꽃 지던 그날밤에 무엇이 잘못됐는지 반성해 보겠습니다.독방도 좋습니다.저는 참는데는 도사입니다.』 『드디어 자네 차례가 됐구먼.내가 즐겨 부르는 방랑시인의 노래는 7년전에는 내 노래였지만 지금은 바로 자네를 위한 노래일세.죽장까진 짚을 것 없네.그러나 삿갓은 꼭쓰게.사람들이 얼굴 좀 보자고 덤비면 귀찮아.
흰 구름 뜬 고개를 넘으면서 무엇이 잘못됐는지 곰곰 생각해 보게.자네는 나보고 아직 마음의 안정을 찾지 못했다고 하지만 자네야말로 이제 마음을 비워야 하네.술 한잔 마시고 잘 부르는베사메 무쵸를 한곡조 뽑으면 시름도 많이 가실걸 세.』 『이 마음은 울고 싶습니다.또 그날밤 이야기가 TV에 나오겠군요.나룰 둘러싼 신비는 대충 네가지입니다.12.12 전날밤 정승화(鄭昇和)체포에 동의하라고 무슨 협박을 당했나.5.17 계엄확대조치에서 어떤 역할을 했나.그전에 정치일정 제시를 왜 머뭇거렸나.마지막으로 80년 8월16일 10대 대통령직을 물러난 배경은 무엇인가.
모두 말하기 어렵습니다.그러나 세상은 자꾸 말하라고 합니다.
떠나보면 다 알걸 왜 자꾸 말하라고 합니까.평양성에 해 안뜬다해도 난 말 못해요.』 (수석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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