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무위로 끝난 노병의 응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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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8면

클리블랜드 인디언스가 47년전의 에이스를 선발(?)시키고도 애틀랜타 브레이브스를 제압하지 못했다.
인디언스가 마지막으로 월드시리즈를 제패했던 지난 48년의 에이스는 보브 펠러.「40년대 랜디 존슨」이었던 펠러는 불같은 강속구를 앞세워 통산 226승을 거두고 「명예의 전당」에 입성한 전설적인 투수다.95년 월드시리즈 3~5차전이 벌어지는 인디언스 홈구장 제이콥스필드 앞에는 펠러의 동상이 있을 정도.
펠러는 4차전이 진행된 25일 실제경기에 나서지는 않았지만 이날 경기에 앞서 시구를 했다.47년전 시속 100마일에 육박하던 펠러의 강속구는 세월속에 묻혀버렸지만 인디언스 팬들은 펠러의 시구를 지켜보며 47년전의 영광이 재현되기를 바라는 모습이었다. 48년 펠러가 에이스로 있던 인디언스가 4승2패로 물리친 팀은 공교롭게도 올해 상대인 애틀랜타 브레이브스의 전신인보스턴 브레이브스였다.펠러가 시구를 한 4차전 경기에서 인디언스가 5-2로 패하자 제이콥스필드 주변에선 『48년 인 디언스「팀」대신 펠러 「개인」의 악몽만 되살아난 것같다』는 이야기가오갔다. 인디언스는 48년 당시 에이스였던 펠러가 선발투수로 나선 1차전과 5차전만 패하고 나머지 경기를 모두 승리로 이끌어 월드시리즈를 제패했던 것.
펠러는 1차전에서 2안타만 내주며 완투했으나 브레이브스 선발존 세인의 역투에 빛이 가린채 1-0으로 패했다.5차전에서는 리드를 안은채 마운드를 내려섰으나 구원투수들이 승리를 건네줘 또다시 패전투수가 됐다.결국 펠러는 개인통산 월 드시리즈 전적2패,방어율 5.02라는 「아픈기억」만 안은채 현역생활을 마감했다.후배를 격려하고자 마운드에 올라섰던 펠러는 이날도 씁쓸한표정으로 경기장을 등지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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