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씨 비자금 파문-盧씨 민정계가 더 욕한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6면

대통령은 비서관들이 타부처로 전출가면 한번은 면담을 한다.그때 전별금이란 것을 건네준다.
비단 비서관 뿐만 아니다.당직이나 주요 정무직에도 마찬가지다.전두환(全斗煥)전대통령은 꽤 많은 돈을 주었다고 한다.
기관장으로 나가는 비서관에게는 거의 억원대를 주었다한다.부처실무자로 돌아가는 비서관에게도 기천만원은 주었다.
6공 말엽의 일이다.노태우(盧泰愚)전대통령은 떠나는 비서관들을 한동안 부르지 않았다.
그러다가 6개월후 십여명을 한꺼번에 불렀다.오찬을 함께 했다.오찬후 노 전대통령의 격려사가 있었다.노 전대통령은 테이블밑의 원고를 읽었다.
그때 참석자들은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노씨가 이름을 기억하는 비서관이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잠시뒤 곁에 있던 정해창(丁海昌)비서실장이 봉투를 꺼내 돌렸다.그리고는 헤어졌다.참석자들은 청와대를 나오면서 내기를 했다고 한다.봉투속의 액수 알아맞히기였다.한사람은 1,000만원은들었을거라고 했다.그러자 한 비서관출신이 『어림 없는 소리』라며 많아야 300만원이라고 말했다.봉투를 열어보니 200만원이들었다고 한다.모두가 쓴웃음을 지었다.
민정계 의원들 대부분은 이와 유사한 경험이 있다.김윤환(金潤煥)대표는 노 전대통령이 퇴임때 돌린 전별금을 아예 받지 못했다.언젠가 농담삼아 정해창씨에게 얘기했다고 한다.그랬더니 얼마뒤 연희동 집에서 점심 한끼 얻어먹은게 전부다.노 전대통령은 김대표에게 『친구에게 어떻게 돈을 주느냐』고 했다 한다.모장관출신의 민정계 의원도 장관직을 그만둘 때 1원 한푼 받지 못했다고 했다.총선때 주려니 생각했으나 그때도 없었다 고 한다.
그러나 민정계 의원들은 그것을 이해했다고 한다.노대통령이 깨끗하게 정치를 하려고 한다고들 생각했다.씹으려야 씹을 수 없었다. 그러나 이제는 다르다.그같은 생각은 이제 분노로 변했다.
민주계 의원들보다 더하다.민정계 의원들은 거의 거품을 문다.
일종의 배신감같은 거라고 그들은 말한다.기천억원대의 비자금을챙겨놨다는데 화가 치미는 것이다.
민정계 의원들이 그러는데는 다른 이유도 있다.
은근히 스스로 노 전대통령과의 단절을 꾀하는 것이다.자칫하다간 도매금으로 넘어갈지 모르기 때문이다.
아무래도 총선에 영향을 받는다고 보기 때문이다.따라서 살아남자니 어쩔 수 없다.그래서 노 전대통령 개인의 비리로 몰아가려한다.민자당 지도부도 그 점을 인식하기 시작했다.강삼재(姜三載)총장도 6공 단절로 오해하지는 말라고 주문했다 .
6공 출신의 영입작업은 계속될 것이라고도 했다.이래저래 노 전대통령은 고립무원의 상황이다.누구도 옹호해주는 사람이 없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