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세탁 처벌법 만들자-실명제 정착 여론높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5면

노태우(盧泰愚)전대통령 비자금 사건을 계기로 「돈세탁 방지법」을 만들어야 한다는 여론이 다시 일고 있다.
현행법상 돈세탁에 대한 형사처벌 근거는 없다.다만 지난해 9월에야 은행감독원이 만든 「금융기관 내부통제업무 취급요령」만이돈세탁에 개입한 사람에 대해 견책에서 면직까지의 제재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해놓고 있다.
그러나 금융실명제를 정착시키기 위해서는 제재만으론 부족하고 사법처리도 할 수 있는 제도가 갖춰져야 한다는 주장이 계속되고있다. 현재 국회에는 지난해말 민주당 의원 85명이 제출한 「자금 세정(洗淨)법」이 계류중이다.금융기관은 3,000만원 이상 현금 거래 내용을 30일안에 국세청에 통보하고,돈세탁이 적발되면 3년 이상의 징역이나 5,000만원 이상의 벌금 을 물리도록 하자는 것이 골자다.
경실련도 돈세탁 방지법의 필요성을 다시 강조하고 나섰다.
정부 입장은 달라 현재로선 별도의 법이 필요없다는 입장이다.
홍재형(洪在馨)부총리겸 재정경제원장관은 지난 국정감사에서 『돈세탁 방지법등의 제정은 자금시장등에 미치는 영향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장기적인 관점에서 신중하게 검토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밝힌 바 있다.재계와 금융계의 「현실론」도 설득력이 있다.
L그룹 관계자는 『돈세탁을 봉쇄하면 산업활동이 위축될 수밖에없다』며 『설령 돈세탁 방지법이 제정돼도 돈세탁은 줄어들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다.S은행 임원도 『돈세탁이 법적으로 봉쇄되면 은행 입장에선 돈세탁을 음성적으로 처리해줄 수밖에 없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한편 미국은 이미 지난 70년 돈세탁자를 사법처리할 수 있는「금융거래 정보에 관한 법률」을 제정한 바 있고,이어 86년 돈세탁에 협조할 경우 최고 징역 20년,벌금 50만달러를 부과하는 「자금세탁방지법」을 제정했다.
유엔은 88년 돈세탁을 범죄로 규정한 「마약 불법거래에 관한협정」을 채택해 미국등 12개국의 비준을 받았다.유럽연합(EU)과 일본도 91년 금융기관 직원들이 의심스런 거래를 발견하면상급기관에 의무적으로 보고토록 하는 법을 각각 제정한 바 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