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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람](111) 경기 광명갑 한나라당 정성운 후보

중앙일보

입력

“한나라당은 국민들에게 조건 없이 용서를 빌어야 합니다. 그에 앞서 진심 어린 반성을 해야 하구요. 무엇보다 건전 보수 야당으로서 국민들에게 신뢰를 주고 감동을 주는 비전을 제시해야 합니다. 그리고 나서 국민들에게 선택해 달라고 해야죠.”

경기도 광명갑에서 한나라당 간판으로 도전하는 정치 신인 정성운(40) 후보는 “소신 없이 당론에 따르는 의원들을 국민들이 불신하고, 혐오하고 있다”며 “이들은 결국 퇴출 대상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자신은 “당론과 소신이 상충하는 안건은 소신대로 행동하겠다”고 다짐했다.

정 후보가 내세우는 최대의 강점은 ‘젊은 후보’이다. 정치인으로서는 ‘영계’(?) 축에 드는 불혹의 나이지만 정치 경력 11년에, 자신의 지역구인 광명에서 국회의원 선거 3번, 보궐선거 2번, 지방선거 2번, 대통령선거 1번을 치렀다. 이제 처음으로 자신의 선거를 치르는 셈이다.

서강대와 서강대 대학원을 나온 그는 같은 당 소속인 손학규 경기 지사와 오랜 인연을 맺고 있다. 93년 손 지사가 국회의원에 출마한 이후 11년째 그를 보좌하고 있다. 손 지사와는 대학원 시절 스승과 제자로 만났고, 그 후 그가 손 지사 제자 그룹의 좌장 역할을 해 왔다. 현역 의원 시절 손 지사의 보좌관으로서 국회에서의 입법 활동과 상임위 활동을 두루 경험했고, 손 지사가 도백이 된 후로는 경기도 서울사무소장을 맡아 그를 보필했다.

지난 8·8 보궐선거 때 정 후보는 광명에 공천 신청을 했었다. 그 후 후보 자리를 전재희 의원에게 양보했다. 그리고 나서 아무 조건 없이 전재희 후보의 캠프에 들어가 선거를 진두지휘했다. 이곳 광명의 지역구 의원이었던 손학규 지사를 보좌했기 때문에 지역 사정에 대해선 누구 못지않게 정통했었다. 그 후 전재희 의원과 무척 가까워졌다고 그는 말했다.

“정치하는 사람들은, 국민들의 신뢰도 중요하지만 서로에 대한 믿음과 의리가 있어야 합니다. 손 지사가 미국으로 떠났을 땐 그의 지구당에 남아 2년 동안 위원장 직무대행을 맡았었죠.”

그렇다고 손 지사의 ‘예스맨’은 아니다. 전당대회를 앞두고 손 지사의 한나라당 대표설이 돌았을 때 그는 “당을 위해서도 지사 임무에 충실하는 것이 맞다”고 주장했었다. 경기도를 전국 1등으로 만들어 국가 경쟁력을 높이는 것이 정치인 손학규의 지사로서의 책무라고 보기 때문이다.

‘젊은 보수’는 보수를 어떻게 볼까?

▶ 정성운 후보는 자신의 선거는 처음이지만 지역구인 광명에서 11년 동안 8번의 선거를 치렀다. 그는 "국회의원은 초선이나 10선이나 같다"며 "등원하더라도 11년 전 정치에 뛰어들 때의 초심을 잃지 않겠다"고 말했다. 사진=지미연 월간중앙 기자

“보수는 우선 어느 정도 경제력을 갖춘 사람들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자기 집이 있고, 자동차 여행을 할 수 있을 만큼의 경제적 여유를 누리는 계층이죠. 그런데 IMF 체제를 겪으면서 이런 보수층이 해체되고 말았어요. 한나라당이 이들의 희망이 되어야 합니다. 한나라당의 지지자들은 40대 이후에 밀집해 있는데, 이들에게 희망을 주는 비전과 정책을 제시해야 합니다.”

정 후보는 부정부패, ‘차떼기’는 한나라당만의 문제가 아니라고 주장했다. 정치권 전체의 문제이고, 힘을 합쳐 풀어야 할 과제라는 것. 탄핵 정국에서 급부상하고 있는 열린우리당에 대해선 ‘1회성 이벤트 정치’를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국민들도 그런 이벤트성 정치에 식상해 하고 있다고 강변했다.

“이벤트성 정치가 개혁에 대한 피로감을 가중시키고 있습니다. 한나라당도 그런 ‘이미지 정치’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진심으로 반성하는 게 중요하지, 이미지나 쇄신하려는 것이라면 아무 의미가 없어요.”

생활인으로서 그의 고뇌는 가족들과 좀 더 많은 시간을 보내지 못하는 것이다. 특히 요즘은 일찍 집을 나서고, 늦게 들어가기 때문에 아이들이 자는 모습만 보고 있다. 잠든 아이들을 보면서 그는 “좋은 아빠가 되어 주지 못해 미안하지만 대신 부끄럽지 않은 정치인으로 살겠다고 다짐한다”고 했다.

“정치에 뛰어들 때의 초심을 잃지 않겠습니다. 국회의원은 초선이나 10선이나 같다고 봅니다. 같은 국민의 대표이니 만큼 좋은 뜻에서 의정활동에 욕심을 부려야 합니다. 어떤 자세로 정치를 할 건 지 늘 고민하는 정치인이 돼야죠.”

얼마 전 정 후보는 시청 어린이집에서 있었던 학부모 오리엔테이션에 참석해 주민들과 대화하다가 사전선거운동 혐의로 잡혀갔다. 최근 선거법이 바뀌기 전까지 신인들은 명함 돌리는 것조차 불법으로 묶여 있었기 때문이다.

“인접 선거구인 광명을에 출마하는 전재희 의원에게 우스개 소리로 그랬습니다. ‘전 의원은 좋겠습니다. 걸어다니는 명함이라….’ 부당한 현실을 몸으로 겪은 사람은 그 현실을 바꾸기 위해 실천적인 노력을 해야 합니다. 17대 국회에 들어가면 현역과 신인 모두에게 공정한 게임의 룰이 만들어지도록 앞장서 법을 바꾸겠습니다.”

주 진 월간중앙 정치개혁포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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