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환21>17.21세기 경제운용의틀 어떻게 바꿀것인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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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박승(朴昇)=21세기의 경제환경변화는 우리경제의 성장에 고무적인 방향으로 전개될 것이다.그런 점에서 한국경제의 지속성장과 선진국 진입을 낙관한다.
문제는 성장이 아니라 진정으로 「잘사는 나라」를 만드는 일이다.일본은 고소득국가지만 삶의 질이라는 측면에서 잘사는 나라는아니다.우리나라가 기존의 정책을 끌고갈 경우 성장에는 성공할지모르지만 잘 사는데는 실패할 것이다.이때문에 정책의 대전환이 필요하다.
이와 관련,세가지 문제를 지적할 수 있다.우선 현재 한국경제는 고(高)소득.고물가를 지향하고 있어 갈수록 삶의 질이 떨어지고 있다.
또 환경에 대한 대응이 미흡하고 정부의 의지도 부족하다.끝으로 도덕성에 문제를 안고 있다.이대로 가면 천민(賤民)자본주의로 갈 우려가 높다.
새로운 경제운용의 틀은 성장에 욕심내지 않고 정책의 목표를 바로잡는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
그동안 정부가 추진해온 규제완화는 근본적인 개혁이 아니라 지엽말단적인데 치중하고 있다.또 규제를 강화해야할 것과 풀어야할것을 혼동하고 있다.제조업의 진입장벽이나 금융규제등 직접생산부문의 규제는 과감히 풀어야 한다.반면에 시장에 맡길 수 없는 공공재(토지.환경.교육.의료.교통등)는 오히려 규제를 강화해야한다.다만 일단 정해지면 반드시 지킨다는 인식이 자리잡아야 규제가 효과를 거둘 수 있다.
금융기관의 소유제한은 재벌이 상호출자.상호보증을 완전히 없애고 세습구조를 단절하는등 자기혁신을 선행하는 경우에 한해 완화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재웅(李在雄)=개방화.자유화.민주화는 항상 바람직한 결과보다 무질서와 파괴적인 영향이 먼저 나타나게 마련이다.
금융자율화와 금융규제완화도 금융산업의 경쟁력강화나 효율화보다는 금융기관의 부실화나 금융위기가 먼저 나타날 우려가 높다.
특히 금융자율화와 금융개방을 일거에 단행할 경우 해외자본유입에 의한 파괴적인 충격이 우려된다.결국 이같은 충격을 우리경제가 어떻게 분산.흡수하느냐가 관건이다.
▶최우석(崔禹錫)=21세기 경제운용의 틀을 현재의 인식과 사고방식으로 짤 수는 없다.기존의 생각을 강제로 바꿔야 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다.
특히 그간의 지도자본주의가 진정한 시장경제체제로 바뀔 때 정부의 통제는 불가능하다.
새로운 경제상황에 맞는 새로운 이념의 정립이 필요하다.또 이새로운 경제이념은 세계공통의 규범에 맞는 것이어야 한다.그런데아직 이같은 정리작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게 문제다.
새로운 이념은 「경제발전은 왜 하는가」 「기업과 개인은 무엇을 위해 일하는가」라는 근본적인 물음에 답해야 한다.
예컨대 우리나라 고유의 유교문화와 자본주의를 연계시켜 한국적자본주의이념을 정립하는 방안도 고려해 볼만한데 국내에서는 아직이같은 문화적.철학적 연구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또 우리나라에는 기구만 있고 그에 걸맞은 기능이 따르지 못하는 경우가 많고,제도와 실제가 다른 것도 문제다.
이념.기구.제도의 개혁이 필요하다.개혁에는 확고한 비전과 올바른 방법,추진세력이 있어야 한다.그동안의 개혁은 과거를 부수는데는 어느정도 성공했지만 그것이 새로운 틀을 만드는 창조적 파괴였는지는 의문이다.이제 원론에서 맴도는 논의 대신 원론에 입각해 구체적으로 하나씩 추진해나가는 행동이 필요하다.
금융규제와 관련,은행의 민영화라는 원칙에는 모두들 찬성하면서도 실제로는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은행장을 주주가 뽑을 수 없는 은행장추천위같은 제도를 개방시대에도 적용할 수는 없다.
그동안 경제운용을 보면 효율과 형평을 혼동하는 예가 많았다.
경제력 집중을 막는다고 효율을 해치는 일은 없어야 한다.경제력집중문제는 별도로 다뤄야 한다.
▶이상우(李相禹)=21세기는 현재의 연장이 아니다.따라서 오늘의 경제운용틀을 평가하는 준칙으로 평가할 수 없다.21세기의추세를 짚어보고 바뀐 전제를 바탕으로 새로운 틀을 짜야한다.
그런 추세로는 우선 현재의 국가중심체제가 무너지는 것이다.국가가 없어지지는 않겠지만 그 기능과 역할이 바뀌고 국경의 의미도 변질될 것이다.국가보다는 동질의 생활문화집단으로서 민족의 의미가 중요해질 것이다.
세계질서를 지배하는 지도이념도 과거의 집단.전체주의에서 개인을 중시하는 것으로 바뀌고 있다.국민총생산(GNP)같은 국가단위의 총량평가보다는 개개인의 삶의 질이 우선시되는 것이다.
이와 함께 사회구성원을 움직이는 작동원리가 강제력에서 경제적인 교환력으로,또 남을 설득할 수 있는 권위로 바뀐다.
추구하는 가치도 변한다.앞으로는 먹고사는 것보다 인간의 존엄성을 보장하는 자유가 더 높은 가치를 지니게 될 것이다.
이에 따라 경제운용방식도 바뀌어야 하는 것은 물론이다.완전방임으로는 질서있는 성장이 곤란할 것이므로 앞으로도 정부의 기능은 남을 것이다.
다만 그 기능은 민간을 가로막는 것이 아니라 각 영역에서 진행되는 변화를 조정.연결하고 후원하며,국민의 합의를 이끌어내는것으로 바뀌어야 한다.
▶황창기(黃昌基)=21세기에는 현재 정부의 경제운용방식을 지속할 수 없다.만일 억지로 지속하려한다면 경제를 망치는 결과를빚을 뿐이다.개방화시대에 정부의 일은 한국을 세계적으로 경제입지가 가장 좋은 나라로 만들 수 있는 기반을 조 성하는 것이다. 규제완화를 하자면 참여자들이 게임의 규칙을 지켜야 한다.재벌문제도 상속세.증여세를 완벽하게 낸다면 쉽게 해결의 실마리를찾을 수 있다.
〈정리=김종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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