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병 땐 12시간 내 숨지는 ‘가스 괴저병’ 빠르게 번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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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동부 저장(浙江)성 루이안(瑞安)의 룽샹 중·고교 학생들이 19일 쓰촨(四川)성 대지진으로 숨진 희생자들을 애도하며 지진 발생일을 뜻하는 5·12와 하트 모양의 대형을 이루고 3분간 묵도하고 있다. [루이안 신화통신·AP=연합뉴스]

쓰촨 대지진이 발생한 12일 지진 진앙지인 원촨현의 워룽(臥龍) 자이언트 판다 보호구역에서 직원들이 판다를 안전한 곳으로 이동시키고 있다. 이 사진은 19일 공개됐다. 이번 지진으로 판다 3마리가 실종됐다. [워룽(쓰촨성) AFP=연합뉴스]

중국 대지진 피해 지역에서 구조 활동을 벌이던 대원들까지 매몰되는 사태가 벌어졌다. 중국 교통부는 19일 쓰촨(四川)성에서 흙사태가 발생해 구조 작업 중이던 200명 이상이 3일 동안 매몰돼 있다고 밝혔다. 건설 장비 2대와 차량 6대도 진흙에 파묻혔다. 지진 재난 지역 곳곳에선 산사태 등이 계속 벌어지고 있어 피해가 늘고 있다.

게다가 쓰촨성에선 치명적인 전염병이 창궐했다. 쓰촨성 위생당국은 18일 “치명적인 전염병에 속하는 가스 괴저병 환자 58명이 청두(成都)의 각급 병원에서 격리 치료를 받고 있다”고 밝혔다. 세계보건기구(WHO)는 대지진 발생 이후 추가 재앙으로 이 병의 창궐 가능성을 매우 우려해 왔다.

가스 괴저병을 앓고 있는 환자들은 화시(華西)병원·쓰촨성 인민병원 등에 분산돼 치료를 받고 있다. 문제는 청두 군구(軍區) 총병원 등 다른 병원에 입원한 환자 가운데서도 유사 증세를 보이는 환자가 적지 않아 감염자 숫자가 더 늘어날 전망이라는 점이다. 화시 병원 전염병 센터의 탕훙(唐紅) 주임은 “지진 피해 지역에서 가스 괴저병에 감염된 환자 5명이 14일 병원에 들어온 이후 환자 숫자가 계속 늘고 있다”고 밝혔다. 지진 발생 7일째에 접어들면서 매몰지 전역에 걸쳐 수습되지 않은 시체의 부패가 심해지고 있어 제2의 전염병 발병 우려도 커지고 있다. 베이촨(北川)현에 파견된 리중하이(李忠海) 선양(瀋陽) 소방대장은 “생존자들이 매몰자 위치를 조사하기 위해 후각이 예민한 구조견 10마리를 데려왔으나 진동하는 시신의 악취 때문에 개들의 후각이 마비됐다”고 전했다.

중국은 19일부터 사흘간 지진 희생자를 애도하는 추모 기간에 들어갔다. 증권시장도 이날 3분 동안 거래를 중단하는 등 중국 전역이 깊은 애도의 분위기에 들어갔다.

한편 지진에 의한 산사태 등으로 하천의 흐름을 막아 형성된 원촨(汶川) 인근의 언색호(堰塞湖) 18곳과 두장옌(都江堰) 상류의 쯔핑푸(紫坪鋪) 등 댐들은 19일 현재 일부 균열에도 불구하고 안정적인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고 신화통신 등 중국 언론들이 전했다. 그러나 중국 기상청이 20~22일 쓰촨성 지역에 폭우가 내릴 것으로 예보해 붕괴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베이징=정용환 특파원

◇가스 괴저병=부상 등으로 생긴 상처 부위가 가스 괴저균에 감염돼 발생한다. 큰 부상이나 수술 등으로 피 공급이 약화된 곳에 감염을 일으켜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감염된 뒤 박테리아가 내보내는 독성 물질이 가스를 만들면서 조직이 죽어 간다. 따라서 다른 괴저병과 달리 조직 내에 가스가 차며, 상처를 누르면 압력에 의해 소리가 나는 게 특징이다. 1~4일간의 잠복기를 거쳐 발병하면 12시간 내에 즉사한다. 호흡기가 아닌 인체 외부에 난 상처를 통해 전염되지만 일단 감염될 경우 급속히 번져 사망률이 매우 높다.

▶[중앙NEWS6]中 지진 지역에 전염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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