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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B-보이들 전주로 가는 까닭은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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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전주 청소년 문화의 집 지하 연습실에서 춤 연습을 하고 있는 그룹 ‘소울 헌터스’. 이곳 에는 비보이들이 평일은 20~30명, 주말은 70~80명씩 몰려 늘 북적댄다. [사진=장대석 기자]

17일 전주시 태평동 ‘전주 청소년문화의 집’ 지하 연습실. 강렬한 비트의 음악이 흐르는 가운데 청소년 7명이 현란한 동작을 연출하며 춤을 추고 있다. 머리를 바닥에 붙인 채 두 다리를 바람개비처럼 돌리고, 한손으로 마루를 짚은 채 물구나무를 서기도 했다. 두 손을 짚고 온몸을 팽이처럼 돌리는가 하면, 농구공을 튀기듯 두 다리를 좌우로 교체시키기도 했다.

이들은 고교생·대학생 등 7명으로 구성된 비보이 ‘소울 헌터스’팀. 멤버인 박홍혁(17·고2)군은 “나만의 춤동작을 구사하다 보면 가슴이 벅차 온다. 거의 매일 여기 나와 하루 3~4시간씩 춤을 춘다”며 땀방울을 훔쳤다. 주변에는 중·고생 10여 명이 이들의 춤추는 모습을 구경하고 있다. 일부는 동작을 따라 하느라 여념이 없었다.

전주 청소년 문화의 집이 한류문화상품으로 각광받는 ‘비보이의 메카’로 떠오르고 있다.

지하에 60여㎡ 넓이의 연습실, 3층에 220㎡ 규모의 공연장을 갖춘 이곳은 평일이면 하루 평균 20~30명의 비보이들이 몰려 든다. 주말에는 70~80명, 많을 땐 100여 명이 모여 종일 북적댄다.

중학생 서윤수(14·2학년)군은 “1년 전 친구를 따라왔다 춤을 배우기 시작했다”며 “형들한테 기술을 배워 몇 달 전 또래 5명이 뭉쳐 팀을 만들었다”고 자랑했다.

전주 청소년문화의 집이 비보이의 산실로 자리 잡은 것은 1999년 개관할 때부터. 또래 혹은 선후배들끼리 누구나 언제든 자유롭게 찾아와 춤을 출 수 있는 열린 분위기 덕분이다.

서울·부산 등의 비보이들이 대개 무용학원이나 학교, 개인 연습실에서 연습하는 것과는 대비가 된다.‘실력 있는 비보이가 많다’는 소문이 나면서 인근 익산·군산은 물론 멀리 대전·광주 등의 비보이들까지 찾아온다. 이들 사이에서 거의 매달 열리는 ‘배틀’(겨루기)도 만만찮은 볼거리다.

전주 청소년 문화의 집이 배출한 걸출한 스타는 ‘라스트 포원’. 이들은 초창기 6~7년간 이곳의 터줏대감 노릇을 했다. 당시 중·고생이었던 그룹 멤버들은 6년간 이곳에서 실력을 가다듬어 2005년 비보이 월드컵으로 불리는 독일의 ‘배틀 오브 더 이어’에서 우승했다.

리더인 조성국(26)씨는 “그전까지만 해도 마땅히 춤출 공간이 없어 지하보도나 공원, 빈 주차장을 찾곤 했다”며 “서울 생활 하는 지금도 1~2개월에 한번씩은 여기 내려와 후배들과 함께 춤을 춘다”고 말했다.

전주시도 1000년 역사를 가진 전통문화에 ‘비보이의 도시’라는 이미지를 접목시켜 국내외 관광객을 끌어들인다는 전략이다. 도심에 ‘비보이 광장’을 조성하고, ‘라스트 포원’ 멤버들을 홍보대사로 임명했다.

17~18일 전주실내체육관에서는 지방행사로는 최대 규모인 ‘2008 비보이 그랑프리 대회’까지 열었다. 송하진 전주시장은 “우리 고장 대표음식인 비빔밥처럼 幄?대중문화를 대표하는 비보이의 춤과 음악에 전통을 버무려 한류의 대표 상품으로 키우는 데 앞장서겠다”고 말했다.

전주=장대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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