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orld@now] 파리 도서관, 무선 인터넷 없앤 이유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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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무선 인터넷이 없는 세상에서 일할 권리가 있다.”

파리의 한 도서관 직원이 14일 무선 인터넷 철거를 요구하며 건물 관리 책임자를 상대로 소송 제기 방침을 밝혔다. 그는 파리의 대학생들이 가장 많이 이용하는 도서관 가운데 하나인 생트주네비에브 도서관에서 일하고 있다. 그는 “무선 인터넷이 설치된 뒤 전자파 때문에 심한 두통이 생겼다”며 “무선 인터넷의 안전성이 입증될 때까지 사용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이같이 파리 시내 도서관에서 무선 인터넷 접속을 끊는 대신 고전적인 유선 인터넷을 이용하는 곳이 확산되고 있다고 일간 파리지앵이 최근 보도했다. 이유는 무선 인터넷에서 나오는 전자파로 인해 후유증을 호소하는 직원들이 늘었기 때문이다.

무선 인터넷 유해성 논란은 지난해 12월부터 시작됐다. 파리 몇몇 도서관에서 직원들이 무선 인터넷 사용으로 인한 두통과 현기증 등을 호소했다. 그들은 도서관 당국에 무선 랜 철거를 공식 요청했다. 직원 노조의 요구에 도서관을 관리하는 파리시는 도서관 네 곳의 인터넷을 끊었다.

그러자 당장 학생 등 이용자들은 불편을 호소했다. 휴대전화 전자파의 유해성은 여러 차례의 실험으로 어느 정도 입증됐지만 무선 인터넷은 사정이 다르다는 것이었다.

특히 최근에는 상당수 가정에서 무선 인터넷을 사용하고 있다는 점도 무선 인터넷 이용 옹호론으로 제시됐다. 아파트의 경우 어느 집에서든 10개 안팎의 무선신호가 잡히는데, 그렇다면 모든 시민이 두통을 호소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그러나 몸이 아프다는 직원이 다른 도서관에서도 이어지자 파리시는 문제가 생기기 전에 일단 끊고 보겠다는 입장이다. 5개월이 지난 지금 4곳은 사이버 제로 지대로 남아 있다. 15구 지역의 보그르넬 등 무선 인터넷을 사용하는 파리 시내 3개 도서관 노조도 같은 이유로 무선 철거를 주장하고 있다. 조만간 그들의 요구대로 인터넷이 끊길 전망이다.

파리 1대학은 ‘무선 인터넷 유해론’ 때문에 도서관에 무선 인터넷을 설치하는 것을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있다. 물리학을 전공했다는 한 직원은 “무선 인터넷의 전자파가 담는 정보가 휴대전화보다 훨씬 많기 때문에 용량도 더 크고 인체에 미치는 영향도 더 많다”고 주장했다. 초고속 인터넷망 공사를 계획 중인 프랑스국립도서관(BNF) 역시 최근 무선 랜 유해성 논란을 의식해 이전에 사용하던 유선 방식만 쓰도록 하겠다고 발표했다.

파리=전진배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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