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대정부질문초점>盧씨 비자금 파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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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전두환(全斗煥)씨를 백담사로 보낸 노태우(盧泰愚)씨는 어디로 보내야 옳은가.』(朴光泰의원.국민회의) 이틀째 경제분야 대정부질문이 있은 국회본회의에서 의원들은 발언수위를 한층 더 높였다.서로 경쟁심이 발동한듯 했다.
의원들은 이제 분노와 규탄만으로 끝내지 않았다.야당측은 노씨처벌을 강력히 요구했다.여당측은 『또다른 의혹도 조사해야 한다』고 맞장구쳤다.이날 국회는 「6공 청산」분위기를 물씬 풍겼다. 그런 가운데 야당의원들은 노씨 문제를 현정권의 문제로 몰고가려 했다.정치공세로는 이만큼 좋은 소재가 없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김봉호(金琫鎬.국민회의)의원은 『300억원은 100만원받는 봉급생활자가 2,500년동안 한푼도 안쓰고 모아야 마련할수 있는 돈』이라며 『정부는 이 돈을 몰수하고 노씨를 소환,철저히 조사해 그 결과에 따라 사법처리해야 한다』고 요구했다.그는 민자당 의석을 향해 『국회도 국정조사권을 하루속히 발동해 진상을 명명백백 가려내야 한다』고 소리쳤다.
박의원은 국민회의측이 23일 노씨의 또다른 비자금이라고 주장한 제일은행 석관동지점 319억원 차명계좌는 맞는 얘기라고 주장했다.그리고 익명의 제보자가 김대중(金大中)총재에게 전달한 예금통장 복사본을 증거물로 제시했다.
그는 『92년말 노씨 딸 소영(素英)씨 부부의 20만달러 외화밀반출 사건과 관련,당시 노대통령의 외교행낭이 전달통로가 됐다는 의혹이 있다』면서 이 사건도 조사하라고 요구했다.
그는 민자당도 겨냥했다.『노씨 통치자금중 지난 14대 대선때김영삼(金泳三)당시 민자당 후보측에 제공된 정치자금 액수를 공개하라』며 노씨와 현정권의 관련성을 부각시키려 애썼다.
이긍규(李肯珪.자민련)의원도 동조했다.『며칠전 모당 총재는 지난 대선에서 모측이 1조원이 넘는 돈을 사용했다고 주장했는데대선자금의 정확한 지출내용을 공개할 용의는 없느냐』고 물었다.
이장희(李章凞.민주)의원은 『많은 의혹속에 묻혀진 동화은행 비자금사건.율곡비리.한국전력비리.상무대비리.골프장허가 등 5,6공및 현정권 출범이후 각종 의혹사건에 대한 실체적 진실을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민자당의원들은 노씨 비자금에 대해서만 집중했다.그러나 그 의혹제기 정도는 23일보다 강했다.여권내에서도 「6공 청산론」이확산돼 가는 것을 알 수 있을 정도였다.
윤영탁(尹榮卓.민자)의원은 『영종도 신공항과 경부고속철도 건설공사는 타당성 조사단계부터 논란이 많았다』『당시 정치권 일각에선 6공정권이 거액의 정치자금을 조성하는 것 아니냐는 의혹을갖고 있었다』면서 『최근 6공 정권의 비자금 실 체가 밝혀짐에따라 이런 의혹이 사실이었을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주장했다.
곽정출(郭正出.민자)의원은 『설(說)로만 떠돌던 노 전대통령비자금이 밝혀짐에 따라 국민들은 정치권에 엄청난 의혹을 갖고 있으며 철저한 수사로 국민의혹을 해소하지 못하면 엄청난 파국이올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에 대해 이홍구(李洪九)국무총리는 23일과 마찬가지로 철저한 수사를 거듭 강조했다.『한 점 의혹없이 밝히겠다는 게 정부입장이며 위법사실이 드러나면 누구나 법에 따라 처리할 것』이라고 답변했다.그러나 여당의 14대 대선자금 문제에 대해선 『아는 바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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