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씨 비자금 파문-연희2동 全대통령 진영은 불구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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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지금 노태우(盧泰愚)전대통령의 「연희1동」은 허리케인에 휩싸여 있다.
그러나 바로 옆에 있는 「연희2동」의 전두환(全斗煥)전대통령진영은 태풍권에서 멀찌감치 벗어나 있는 듯하다.겉으로만 보자면「연희1동」사태를 강건너 불구경하고 있다.
「이현우폭탄」이 터진 일요일 오후부터 24일 저녁까지 전 전대통령집에는 이렇다할 방문객이 없었다.
사태가 사태인지라 장세동(張世東).안현태(安賢泰)전경호실장등핵심측근들이 들러 구수회의라도 할만한데 모임이 없었다고 한다.
전 전대통령은 24일 아침 사돈등과 함께 2개팀을 만들어 주례화요골프를 나갔다.장 전실장은 강남사무실에서 볼 일을 봤다.안전실장도 매일 하는 헬스를 빠뜨리지 않았다.전 전대통령의 입인민정기(閔正基)비서관은 지방에 머물렀다.법률고문인 이양우(李亮雨)변호사는 법원에 갔다.
한 측근은 「연희2동」의 분위기를 묻자 『도대체 우리가 뭐라고 말 할 수 있겠는가』라고 했다.기뻐할 수도 슬퍼할 수도,욕할 수도 동정할 수도 없다는 뜻이었다.
다른 측근은 「연희2동」에도 불똥이 튈 가능성을 묻자 『우리의 비자금문제는 이미 검증이 다 끝났다.
우리는 퇴임한지 8년이 가까워온다.백담사도 치렀고 치를 것은다 치렀다』고 또다른 위기를 일축했다.
노 전대통령측에 대해 가지고 있는 오랜 감정을 고려할 때 전전대통령측은 이 사태를 색다른 느낌으로 새길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속마음이 어떠하든 일절 내색을 않고 있다.
이는 아마도 5.18문제가 걸려있기 때문인 것같다.김영삼(金泳三)대통령이 만약에 6공단절을 결심한다면 5.18에 대한 현정권의 굳은 방침도 바뀔 수 있을지 모르기 때문이다.「연희2동」은 입을 다문채 허리케인의 진로만을 쳐다보고 있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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