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자금 파문-연희동 표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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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연희동 노태우(盧泰愚)전대통령의 집은 침통한 분위기.박영훈(朴永勳)비서실장은 『노 전대통령은 매우 침통해 하고 계시다』고 소개하면서 『오늘은 아무 할말이 없다』고 기자들의 질문을 차단. 이날 연희동에는 정구영(鄭銶永)전검찰총장.임인규(林仁圭)전의원등이 일찌감치 찾아왔고 오후8시쯤 정해창(丁海昌)전비서실장이 도착.정씨는 기자들에게 『뭘 이렇게 많이 몰려왔어』라고한뒤 문안으로 직행.이어 김유후(金有厚)전사정수석이 도착해 『TV를 보고왔다』고 한뒤 다시 노 전대통령의 집으로 들어갔고 손주환(孫柱煥)전정무수석에 이어 서동권(徐東權)전안기부장도 등장. 이에대해 박실장은 『안에서 대책회의를 하는 것은 아니다』면서 『노 전대통령은 안방과 응접실 사이를 왔다갔다하고 있다』고 주장.그러나 이날 연희동에 온 인사들이 노 전대통령의 법률자문과 연설문 작성에 간여했던 면면들이어서 주변에서는 『노 전대통령이 석명서 작성에 들어간 것 같다』고들 관측.
박실장은 『오늘은 기자회견을 할 예정이 없다』면서 『조만간 말씀이 계실것』이라고 금명간 입장발표계획이 있음을 예고.이날 연희동 주변은 전직대통령예우에 관한 법률에 의거해 청와대 경호실에서 파견된 요원들과 서대문 경찰서에서 파견된 전경들이 집주변을 경비.노전대통령측은 대문을 걸어잠그고 기자들의 출입을 막았으며 집주변에는 50~60명의 기자들이 몰려 취재경쟁.한편 노 전대통령은 지난 20일 오후 자택을 찾아온 이현우(李賢雨)전경호실장으로부터 문제의 300억원이 노씨 자신의 비자금이란걸보고받았다는 후문.
노 전대통령은 이씨의 보고를 받고 역정을 내며 『검찰에 출두해 사실대로 말하라』고 지시했다는 연희동측의 설명.
특히 연희동측은 노 전대통령이 이씨의 보고이전에는 자신의 돈인줄 몰랐었다고 주장.연희동 인사 일부는 문제의 300억원은 이씨가 노 전대통령 몰래 비자금일부를 따로 떼어놓았던 것이라는뉘앙스를 풍겨 눈길.즉 떡고물을 챙긴 것이란 분 위기를 은근히풍기면서 노 전대통령을 보호하려는 모습.
한편 대통령의 비자금 규명요구가 거세질 전망이 대두되면서 전두환(全斗煥)전대통령측도 심기가 편치 않은 표정.전 전대통령은이날 점심무렵 부인 이순자(李順子)씨와 함께 오후3시쯤 귀가했는데 길건너 노 전대통령 집이 밤늦게까지 불이 켜져있는 것과는달리 일찌감치 불을 끈채 조용한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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