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자금 파문-6共 경호실서 정치자금 관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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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청와대 경호실은 대통령과 그가족을 경호하는 곳이다.그러나 역대 경호실은 임무에 충실하지 않았다.대통령과 가장 가까이 있다는 점이 월권을 재촉했다.
6공 경호실은 이전 정권에 비하면 비교적 나은편이었다.정치문제에는 깊게 개입하지 못했다.그렇다고 경호임무에만 충실하진 않았다.6공 경호실은 정치자금을 관리했다.
6공의 한 청와대 수석비서관 출신은 다음과 같이 말했다.
청와대 일을 하다보면 목돈이 필요할 때가 있다고 한다.개중에는 정부예산을 쓸수 없는 사안이 있다고한다.예컨대 추석 촌지같은 거다.
그럴때면 노태우(盧泰愚)대통령에게 보고를 한다는 것이다.사안의 중요성을 설명하고 필요한 액수를 말하는 것이다.
그러고나면 얼마뒤 돈이 나온다고 한다.그러나 단한번도 노대통령이 직접 준 적은 없다고 한다.
언제나 경호실장이 전달했다는 것이다.생각보다 많을 때도 있고반대로 작을 때도 있었다고 한다.
노 전대통령이 그랬던데에는 몇가지 이유가 있다.사실 역대정권은 정치자금문제로 뒷말이 많았다.
박정희(朴正熙)전대통령은 자신이 정치자금을 움켜쥐지 않았다.
중간보스들을 통해 자금을 관리했다.그러다보니 부패한 정권이란 소리를 들어야 했다.오죽하면 공화당내부에서 정풍운동이 일 정도였다. 그래서 전두환(全斗煥)전대통령은 반대로 했다.모든 걸 자기가 관리했다.직접 돈을 모았다.거리낌이 없었다.재벌을 모아놓고 갹출을 지시하기도 했다.
통장도 자기가 갖고 있었다.그는 돈주는 기쁨을 만끽했던 것 같다.그는 거의 자신이 직접 돈을 건넸던 것으로 알려졌다.다만경호실이 은행심부름을 했다는 것이다.아무래도 보안유지가 잘되기때문이었던 것 같다.그러다보니 나중에 모든 의 혹을 전 전대통령이 뒤집어 써야했다.
노 전대통령은 그 절충형을 추구했다.전 전대통령의 예가 많은참고가 됐다고 한다.퇴임이후를 많이 의식했던 것 같다.
그는 정치자금에 관한한 철저히 이중적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모금은 전두환식이었다.다만 자기가 직접하기보단 대리인을 시켰다.이원조(李源祚)씨 같은 경우다.
그러나 관리와 지출은 자기가 하지 않았다.거의 모든 통장은 경호실장에게 맡겼다 한다.자금의 전달도 경호실장이 했다.
경호실의 가명계좌는 대부분이 「KHS」(경호실의 영문발음표기약자)나 「청우회」명의다.이현우(李賢雨)실장은 6공 임기 5년중 4년8개월동안 경호실장을 했다.아무래도 정치자금관리 때문이었던듯 싶다.하기야 엄청난 자금관리를 아무에게나 맡길 수는 없다. 그러나 결국은 이번에 들통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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