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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박 복당에 사실상 찬성 강 대표 어려운 결정한 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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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17일 뉴질랜드 오클랜드 한인회관에서 열린 교민 간담회에 참석해 재외동포 참정권 등에 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뉴질랜드의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낭창낭창해졌다. 친박인사들의 복당 문제에 대한 태도가 그렇다.

박 전 대표는 호주에서의 6박7일 일정을 마친 뒤 17일(현지시간) 뉴질랜드에 도착해 기자들과 간단하게 간담회를 했다. 그는 이 자리에서 친박인사들의 복당에 관해 ‘일괄 복당, 5월 말까지 결정’이란 원칙을 재확인했다.

그러나 태도는 상당히 유연해져 있었다.

그는 “기왕에 복당을 받으려면 일괄적으로 다 받고 수사가 진행 중인 문제는 결과가 나오면 당헌·당규에 따라 처리하면 된다”며 “대승적 차원에서 일괄적으로 해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복당 시한을 5월 말로 못박은 것에 대해선 “그때까지 최고위원회의가 가부간 결정을 구체적으로 내 달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정현 당선인은 “5월 말까지 복당의 시한과 방식 등에 대한 구체적 로드맵이 제시돼야 한다는 말”이라고 설명했다.

박 전 대표는 또 최고위원회의가 사실상 복당에 대해 찬성 입장을 정한 것에 대해선 “(강재섭) 대표가 종전 입장을 바꾼 것은 어려운 결정”이라고 높게 평가했다.

박 전 대표의 발언은 11일 출국하면서 “5월 말까지 가부간 결정을 내려야 나도 결정을 할 것이 아니냐”고 한 것과는 차이가 있다. 11일 발언은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중대 결심’을 할 수도 있다”는 ‘촉구성 통첩’으로 해석됐지만 뉴질랜드에서의 발언은 ‘요청’ 쪽에 가까웠다.

이에 대해 한 측근은 “박 전 대표가 호주와 뉴질랜드를 방문하는 기간 동안 태도는 유연해지고, 요구는 구체화된 것 같다”고 분석했다. 또 다른 측근은 “복잡한 국내 정치상황을 떠나 해외 방문을 할 때면 박 전 대표는 한결 여유 있는 모습을 보인다”고 말했다.

박 전 대표가 유연한 태도를 보임에 따라 복당 문제는 이명박 대통령과 강재섭 대표의 19일 정례회동이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두 사람의 회동에서 어떤 형태로든 복당 문제가 논의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18일 원내대표 경선 출마를 선언한 홍준표 의원은 “원내대표에 선출되면 지도부와 의논해 복당 문제가 원만히 해결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도 말했다.

◇40년 만의 방문=박 전 대표가 방문하고 있는 뉴질랜드는 초겨울이다. 남반구인 만큼 계절이 한국과 정반대다.

박 전 대표는 뉴질랜드 방문이 꼭 40년 만이라고 했다. 1968년 당시 16세 나이로 박정희 전 대통령과 함께 호주와 뉴질랜드를 방문했다고 한다. 당시의 신분은 영애였지만 이젠 한국의 대표 정치인 자격으로 외교 행보를 하고 있다.

호주와 뉴질랜드 정부의 공동 초청으로 11일 출국한 그는 양국 총리 면담, 교민간담회, 경제인 만남 및 산업시찰 등의 빡빡한 일정을 소화하고 있다.

17일 교민간담회와 총영사관 주재 만찬을 마친 그는 18일엔 산업 시찰에 나섰다. 영화 ‘반지의 제왕’ 제작을 후원한 ‘필름 오클랜드’(한국의 영화진흥위원회에 해당)를 찾은 그는 영화의 촬영 현장을 둘러본 뒤 “자연 공간이 영화를 찍기에 참 훌륭하다”며 감탄했다. 19일엔 한국전 참전기념비를 참배한 뒤 생존 참전용사들을 만날 예정이다.

오클랜드=이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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