젖먹이 구하고 숨진 엄마에 대륙이 ‘눈물바다’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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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호 04면

지진 피해가 큰 베이촨 지역 주민 수천 명이 17일 지진의 여파로 인근에 있는 차핑 저수지가 붕괴한다는 경보에 놀라 고지대로 몸을 피하고 있다.

“생명의 기적이 잇따르고 있다.”

중국 쓰촨 지역의 5·12 대지진 뒤 사투 끝에 목숨을 건진 생환 스토리가 중국 대륙을 울리고 있다.

중국 신화통신은 최대 피해 지역 중 하나인 베이촨(北川)현에서 17일 오후 1시40분 자오푸구이(趙富貴)라는 69세 노인이 구출됐다고 보도했다. 지진 발생 후 119시간 만이었다. 이 노인은 심한 탈수 증세 때문에 군 병원에서 응급 치료를 받고 있다. 오전엔 진앙지 원촨(汶川)의 잔해 더미에 매몰됐던 독일인 남성 관광객이 114시간 만에 구조됐다.

일본 언론이 고베 대지진의 구조 경험을 분석한 바에 따르면 건물에 깔려 매몰된 사람이 120시간(닷새)까지 살아있을 확률은 5.8%에 불과하다. 지진 전문가들은 “여러 가지 생존 조건이 좋을 경우 최대 2주일까지 버틸 수 있다”며 “그러나 72시간(사흘)이 지나면 생존율은 뚝 떨어진다”고 말했다.

16일 오후 7시30분 구조된 펑즈쥔(彭志軍)이라는 40대 남성은 지진 발생 당시 약국에 있다가 건물 잔해에 묻혔다. 그는 “나흘 동안 주머니에 있던 담배와 종이를 씹어 먹고 오줌을 받아 마시며 연명했다”고 말했다. 두 다리는 문짝에 깔려 움직일 수 없었지만 의식은 뚜렷했다. “건물이 무너질 때 주변에 10여 명이 있었는데 한 명도 살아남지 못했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중국 당국은 군·경찰 병력 13만 명을 동원해 16일 하루 쓰촨 지역 건물 잔해에서 3673명을 발견했지만 생존자는 163명에 불과했다. 그중에는 10세 소녀도 있었다.

자식이나 제자를 살리기 위해 몸을 던진 부모와 교사·공무원의 희생담도 잇따른다. 중국 남방주말보는 17일 현지 구호요원의 말을 인용해 “13일 오후 두장옌(都江堰)의 주택가에서 3~4개월짜리 젖먹이가 젊은 엄마의 젖을 문 채 발견됐다”고 보도했다. “엄마는 딸을 온몸으로 끌어안은 채 숨이 끊어졌지만 먼지를 뒤집어쓴 아기는 엄마 젖으로부터 떨어지지 않으려 했다. 그 광경에 눈물을 흘리지 않은 사람이 없었다”고 전했다.

외신들은 지진 피해 현장이 복구돼도 상당한 후유증이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우선 여진(餘震) 가능성이다. 중국 지진국은 “17일 오전 8시까지 규모 4 이상의 여진이 143차례 발생했으며 그중 6∼6.9의 지진은 세 차례였다”고 밝혔다. 앞으로도 6.5 안팎의 여진이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저수지나 댐이 무너질 수 있다는 우려도 계속 제기되고 있다. 중국 중앙방송(CC-TV)은 “베이촨현 차핑 저수지 수위가 급격히 높아져 붕괴 조짐을 보이자 주민 수천 명이 긴급 대피했다”고 보도했다. 충칭에 있는 79개 저수지 중 53곳에서도 위험 현상이 발견됐다.

쓰촨 지역에 있는 핵 시설들의 방사능 누출 위험성에도 관심이 쏠린다. 프랑스의 ‘방사능 방호 및 핵 안전 연구원(IRSN)’은 “일부 노후 시설이 ‘경미한 손상’을 입었으나 방사능 유출은 없다”고 16일 말했다. 미국 뉴욕 타임스도 미국이 정찰위성을 통해 방사능 누출 여부를 파악 중이라고 보도했다. 이 지역의 연구용 원자로, 핵 원료 생산·저장 시설 등은 진앙지로부터 60~145㎞ 거리에 산재해 있다. 이번에 극심한 피해를 본 몐양시 외곽에는 핵무기 설계의 핵심 시설이 있다. 1960년대부터 건설한 극비 시설들이다. 중국은 지진 발생 직후 핵·방사선 안전센터 등을 가동해 만약의 사태에 대비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외신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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