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공화국" 첫방영 유신종말 비교적 무난하게 소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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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2면

『건방져!』(김재규)「탕-.」『이게 무슨 짓들이야!』(박정희)「탕탕-.」 16년전 궁정동의 총소리로 마감된 유신시대를 처음으로 극화해 방송 몇달전부터 화제가 됐던 MBC『제4공화국』이 18,19일 밤 많은 시청자들의 관심속에 첫 방송됐다.
『4공』은 우선 도입부를 어떤 드라마보다 극적인 10.26현장을 압축해 보여주면서 시청자의 눈길을 붙들어 맸다.이어 부마항쟁,김재규-차지철의 갈등,10.26당일 박대통령의 행적과 죽음을 생생히 묘사해 유신의 종말이란 버거운 소재를 비교적 무난하게 소화해냈다.
경쟁극 SBS『코리아 게이트』를 의식한 긴급대응편성과 PD.
작가의 전격교체로 부실제작이 우려됐던 『4공』은 일단 구성.연출면에서 MBC의 「저력」을 확인케 해줬다.
하지만 이 드라마는 사건전개의 주축을 박정희의 개인적 면모에두고있어 『제3공화국』등 기존정치극이 범해온 「독재자 미화」가재연될 우려를 안고 있다.제작진도 「18년 장기집권에 찌든 피곤한 독재자」가 연출포인트라고 밝힌 바 있다.
유신시대를 「피곤한 박정희」로 환원시킬 경우 시청자들은 박정희의 정치적 공과를 따지기 앞서 연민.동정심부터 느끼게되고,결국 객관적 판단기회를 잃게된다.악한이 주인공인 영화에서 관객은경찰대신 악한편에 서게되는 것과 같은 이치다.
또한가지 우려는 드라마가 당시의 수많은 사건들을 취사선택하면서 필수적인 균형감각과 사관을 제대로 갖출 것인가 하는 점이다. 1회에서 김재규의 꿈으로 박정희의 김형욱 처단설을 간접묘사한 것이나,김재규와 미국CIA책임자 브로스터의 연회장면을 통해「10.26 미국사주설」을 암시하고 지나간 것은 제작진이 사건에 대한 명확한 인식없이 흥밋거리로 극화한뒤 「도 망갈 구멍」을 마련해둔 것이란 의혹을 살만한 대목이다.
물론 드라마는 사실이 아닌 허구다.그러나 정치인의 실명이 그대로 등장하는 정치드라마는 소재선택.극화에서 일반드라마보다 무거운 책임과 올바른 역사인식이 요구된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흥행만을 노려 아직 입증이 안된 야사를 기술적으로 삽입하는 짜깁기식 연출은 2년만에 모처럼 방송되는 정치극의 품격을 스스로끌어내리는 자충수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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