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수대>동백아가씨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샹송의 여왕 에디트 피아프는 파리 빈민가에서 태어났다.아버지는 서커스 곡예사,어머니는 카페 가수였다.태어나자마자 어머니로부터 버림받아 아버지와 유랑하면서 살았다.
타고난 가수였던 그녀는 어려서부터 거리에서 노래를 불렀다.18세때 한 카바레 주인의 도움으로 데뷔했다.피아프라는 예명을 붙여준 것도 그였다.그러나 그녀의 진가(眞價)를 발견한 사람은장 콕토였다.그는 항상 자신이 「피아프의 발견자 」임을 자랑했다. 피아프는 서민의 생활감정을 서민의 얘기로 노래부른 소위 샹퇴즈 레알리스트 최후의 가수였다.그녀가 부른 노래는 주로 멜로드라마적 내용이었지만 그녀만의 뛰어난 표현력으로 소화해 많은사람들의 심금(心琴)을 울렸다.그녀 자신이 작사한 『장미빛 인생』『사랑의 찬가』『파담 파담』등이 대표적 샹송이다.그뿐 아니라 이브 몽탕.질베르 베코.샤를 아즈나부르 등 샹송의 명가수들을 길러낸 공(功)도 크다.
63년 10월12일 피아프가 사망했을 때 수십만 샹송 팬들은그녀의 집앞에 장사진을 쳤다.하루 반을 기다려야 겨우 문상(問喪)할 수 있었다.그녀만큼 사랑받은 프랑스 연예인이 있었던가.
그녀는 지금 파리의 유명한 예술인 묘역(墓域)인 페르 라셰즈묘지에 잠들어 있다.
프랑스에 에디트 피아프가 있다면 한국엔 이미자가 있다.이미자는 한국 대중음악의 한 세대를 대표하는 가수다.그녀의 이름엔 항상 「엘레지의 여왕」이라는 칭호가 따라다닌다.「백년만에 한번나올까 말까 한 가수」라는 찬사(讚辭)도 있다.
발표한 노래만 2,000여곡,음반으로 따져도 500장이 넘는다.데뷔곡 『열아홉 순정』을 비롯,대표곡『동백아가씨』『섬마을선생님』『기러기아빠』등은 한국 가요사에 남을 명곡들이다.
이미자의 삶도 피아프의 그것처럼 드라마틱하다.가난 때문에 어린 시절 서커스 무대에 섰던 것도 비슷하다.피아프처럼 그녀도 천부(天賦)의 재능을 부단한 노력으로 단련해 완성된 가수,국민으로부터 사랑받는 「국민가수」가 됐다.
17일 정부는 이미자를 화관(花冠)문화훈장 수훈자로 발표했다.대중음악인으로선 다섯번째다.수훈을 축하하면서 그녀의 노래를 더 오래 들을 수 있길 바란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