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신혼여행 신세대부부들 남태평양의 무인도 찾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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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8면

야자나무가 늘어진 남태평양의 자그마한 무인도.연한 코발트색으로 물든 바다가 끝없이 펼쳐져 적막만 감돈다.시간마저 머물러 있는 듯한 평화로운 섬에 남녀가 손을 잡고 걷는다.
산호가루 곱게 깔린 백사장에는 이름 모를 바닷새가 끽끽 울음을 터뜨린다.문명세계와는 동떨어진 그들만의 낙원이다.
해수욕을 하다 지치면 바닷가에 넓은 타월을 깔고 선탠을 한다.말없이 팔짱을 끼고 해안을 거닐기만 해도 좋다.배가 고프면 열대과일을 베어물거나 한잔의 포도주를 마신다.저녁 무렵이 돼서야 모터보트를 타고 돌아오면 리조트가 평화로운 침 묵을 안고 맞이한다.
이것은 꿈이 아니다.톡톡 튀는 신세대 신혼부부의 여행지 모습이다. 신세대 부부들은 어느 누구의 간섭도 받기 싫어한다.또 남들과 똑같은 장소에서의 사진 찍기도 거부한다.평생 잊지 못할추억의 신혼여행은 그들만의 시간과 공간이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지 찾아간다.경비는 그다음 문제다.그래서 시끌벅적한 관광지보다는 둘만의 오붓한 장소를 찾아 밀월여행을 떠난다.무인도가 바로그곳이다.남태평양과 동남아의 필리핀이나 말레이시아에는 이렇듯 둘만의 시간을 가질 수 있는 자그마한 무인도가 널려 있다.
300여개의 섬으로 이뤄진 남태평양의 팔라우도 그러한 낙원중의 하나다.단 팔라우에는 통행금지(밤12시)가 있다.무인도에서지내다 늦어도 오후 6시까지는 본섬에 돌아와야 한다.오후4~5시쯤이면 보트를 타고 무인도를 떠나야 한다.
관광지에 따라 요금이 천차만별이다.말레이시아 랑카위 섬에서의무인도 피크닉 옵션투어는 1인당 3만5,000원이면 점심까지 해결돼 가장 저렴하다.팔라우에서는 30만원정도가 들어간다.
피지의 난디국제공항에서 헬기로 고객을 태워나르는 세라톤 보모리조트는 최소 3박을 해야 하는데 1박에 64만원으로 비싼 것이 흠이다.그러나 객실이 30개밖에 없어 조용한 해변에서 신혼의 단꿈을 만끽할 수 있다.그런가 하면 알뜰파들은 힘은 들지만저렴한 경비로 지구촌 곳곳을 찾아보는 신혼배낭여행을 떠난다.젊은이들의 배낭여행과 다를 바 없지만 시간적인 제약을 많이 받기때문에 생활이 자유로운 사람들이 주류를 이룬다.
최근 주말에 김포공항을 나가면 화장도 지우지 못한 채 한손에는 사탕부케를 들고 시간에 쫓겨 허둥지둥 뛰어들어오는 신혼부부들 가운데 배낭을 둘러메고 신혼여행을 떠나는 커플들이 눈에 띄기 시작했다.이들은 자신들만의 「색깔있는」허니문을 떠나는 것이다. 권혜숙(코디네이터.30.서울강남구개포동)씨는 지난해 유럽으로 허니문배낭여행을 떠났다.
남편이 개인 사업을 하는 권씨는 15일간 스위스 취리히에서 시작해 부다페스트~베네치아~마드리드~포르투갈~파리를 여행했다.
이들 커플은 1인당 140만~150만원으로 순수배낭여행에 비해경비가 다소 많이 들었지만 여행일정으로 따져볼 때 싸게 신혼여행을 다녀올 수 있었다.
권씨는 『모든 것을 서비스받을 수 있는 편리함 때문에 패키지신혼여행상품을 선호하기도 하지만 배낭여행이 힘은 들어도 적은 경비로 평소 접하기 힘든 문화를 눈여겨 볼 수 있는 매력이 있다』고 배낭여행 예찬론을 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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