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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대천은 지금 연어물결-하루 700마리나 잡혀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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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6면

『한바탕 비가 오고 나면 요놈들이 몰려들 것인디.』 진순병(陳淳炳.56.양양군 내수면연구소직원)씨는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바람에 일렁이는 물결이 높았으나 별빛은 맑았다.언뜻언뜻 내비치는 연어가 그리 많지 않다.밤새 그물이 찢어진 곳은 없는 것같았다. 남대천에 그물을 친지 닷새째.아직 초장이었지만 구경꾼들이 몰려들고부터 조바심이 일었다.적조니 가뭄이니 해대는 것이괜히 불안하다.길이 터무니 없이 변한다면 신비한 능력을 가진 연어라 한들 제집을 제대로 찾지 못할 성 싶기 때문이다 .
도 내수면 개발시험장,수산청 양양군 내수면 연구소직원으로 지난 78년부터 17년간 연어를 잡고 새끼를 키워 바다로 보내면서 올해처럼 떼로 몰려오는 연어를 기다려본 적도 없었다.연어를맞이할 때면 얼마나 돌아와줄까 걱정이 되곤 했으 나 매년 기대이상으로 연어는 많았다.지난해만도 이곳 남대천에서 1만6,000여마리를 잡아냈다.많을때는 하루에 700여마리를 건져올리기도했다.진씨가 처음 일을 시작했을 무렵에는 한철에 고작 300~400마리가 전부였다.
어둠이 채 가시기전에 내수면연구소 백국기소장과 연구사들이 진씨가 천막을 치고 밤샘근무를 하고 있는 남대천 현장으로 내려왔다.진씨등 네명이 작업복으로 갈아입고 물에 들어섰다.남대천을 가로질러 100여길이로 막아선 포획망을 쓸어오는 일이다.
그물에 건져올려진 연어는 곧바로 「신체검사」에 들어간다.암수를 구별하고 길이와 무게를 잰다.나이도 알아야 한다.길이는 보통 40~85㎝정도로 나이는 3~4세.파닥거리는 것을 단단히 쥐고 살펴야 한다.
연어 전문가인 성기백(成基百.32)연구사가 비늘을 들춰보며 지체라도 하면 모두들 잔뜩 궁금한 표정이 된다.진씨도 자신의 손으로 길러낸 연어라는 것을 직접 눈으로 확인하고 싶다.3월께생산한 새끼를 방류할 때 0.4%정도는 배지느러 미와 기름지느러미등 두곳을 잘라 내보내고 있다.바로 그 표지가 돼 있는 연어를 대하면 진씨는 어깨춤이 절로 난다.마치 집나간 자식이 되돌아왔을 때 심정이 이럴 것같다.
이 연어는 무려 8만㎞를 여행하고 돌아온 것이라고 연구사들은말한다.동해에서 일본열도.북태평양을 거쳐 알래스카까지 가 베링해를 누비고 다니다 성숙하면 회유를 시작,캄차카반도를 지나 10,11월이면 산란을 위해 동해안 하천으로 올라 온다.
어채 측정이 끝나면 다시 채란 작업에 들어간다.설악산 단풍구경나온 나들이객들이 구경삼아 몰려드는 것도 이때쯤이다.뱃속에 달라붙어 있는 알들은 주황색으로 앵두같다.암컷이 품은 알은 보통 3,000개 정도.3~4마리의 알을 한 세숫대 야에 넣고 수놈 2마리의 정자를 짜 넣는다.수정시킨 알을 1시간 정도 물속에 담가 씻어내고 단련을 시키면 알은 탁구공처럼 단단해진다.
하천에서 1㎞쯤 떨어진 연구소내 부화기로 수정란을 옮기면 오전작업이 끝나는 셈.
어부들이 잡은 연어는 인근 속초 대포항등에서 2~3㎏짜리 한마리에 8,000원에 팔려 소득증대에도 한몫하고 있다.90%이상 고향을 찾아오는 연어 자원조성을 위해 성급한 낚시를 자제해달라는 말을 몇차례 반복하다보면 하루 해가 짧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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