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여행>영월 청령포 가는 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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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5면

비운의 왕 단종이 묻힌 영월을 찾는 길에는 바람에 코스모스가반갑게 손짓하고 곳곳에 가을냄새가 물씬 물씬 풍겨 정겨움을 더해준다. 「충절의 고장」 영월은 칼같은 산들이 얽히고 설킨 가운데 비단결같은 냇물이 맑고 잔잔하게 흐르는 강원도의 오지다.
그러나 최근 중앙고속도로 원주~제천구간이 개통되면서 찾아가기가한결 수월해졌다.
세조에 의해 노산군(魯山君)으로 강봉당한 단종이 귀향살이 2년만에 사약을 받고 승하했던 영월에는 곳곳에 단종에 얽힌 유적이 남아있고 방랑시인 삿갓묘도 있어 역사의 진한 향기가 곳곳에묻어난다.영월로 들어가는 길목에는 소나기재가 있 다.급경사 커브길을 돌며 정상에 숨차게 올라 100정도 숲을 헤쳐가면 동강을 배경으로 솟아있는 2개의 기암괴석(높이 300여)을 만나게된다.이곳을 찾는 사람이라면 누구든지 그 아름다움에 반해 발길을 멈추고 사진찍기에 여념이 없다.
소나기재를 내려오면 왼편으로 소나무가 우거져 있는 장릉에 닿는다. 단종이 묻힌 장릉과 귀향살이를 했던 청령포는 영월의 대표적인 유적지.단종이 승하한 후 영월 호장 엄흥도(嚴興道)가 「시신에 손을 대는 자는 삼족(三族)을 멸한다」는 왕명에도 불구하고 동.서강이 합쳐지는 합수머리에서 단종의 시신을 찾아 매장한 것이 지금의 장릉이다.
청령포는 남한강 상류에 위치한 단종의 유배지로 동.남.북 3개면이 물로 둘러싸여있고 서쪽은 험준한 암벽이 솟아있어 나룻배를 이용하지 않으면 출입이 힘들다.지금의 청령포에는 밖으로 못나오도록 왕명을 내렸던 금표비와 단종이 한양을 바 라보며 눈물을 흘렸다는 노산대,소나무중 국내에서 가장 크다는 관음송등이 그 날의 일을 들려주는듯 하다.청령포에 들어가려면 나룻배를 이용해야 하며 요금은 550원,오전9시~오후6시까지 왕복운행한다. 금강공원(영월읍영흥리)에는 「월기 경춘순절비(越妓 瓊春殉節碑)」가 눈길을 끈다.영조 45년(1772) 영월부사의 아들인이시랑과 사랑에 빠진 기생 경춘이 절개를 지키기 위해 16세의나이로 동강에 투신자살했다는 애틋한 사연이 전해 진다.그런가 하면 영월읍에서 약 26㎞ 떨어진 영월군하동면와석리에는 방랑시인 김삿갓의 묘가 있다.
이밖에 영월군에는 고씨동굴(하동면진별리),단종이 승하하자 시중들던 궁비.궁녀.무녀등 6명이 투신 순절한 낙화암등이 읍내에서 각각 10~20분거리에 있다.
장릉 바로 옆의 보리밥집((0373)374-3986)은 잊혀져 가는 우리의 옛맛을 즐길 수 있는 유명한 맛집이다.보리밥 값은 4,000원이며 이밖에 더덕구이(8,000원),묵(3,000원).두부(2,000원)등이 있다.
영동고속도로를 타고 남원주에서 제천으로 연결되는 중앙고속도로로 진입한다.신림IC에서 빠져나와 402번 지방도로를 따라 주천면~서면~남면을 거치면 영월에 닿는다.서울에서 약 3시간30분이 소요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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