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평안남도 남포시 배 수리 공장에서 한 근로자가 뒤에 보이는 벌크 화물선 ‘어은청년호’에서 떼어낸 철제 구조물을 수리하고 있다.
근로자들이 배 수리용 부품을 만들기 위해 철판을 오려내고 있다. 근로자들의 뒤로 ‘준마 타고 구보로 달리자’는 구호를 쓴 대형 걸개그림이 보인다. [사진=강정현 기자]
1호 도크 앞의 공장 안에선 ‘준마 타고 구보로 달리자’라고 쓰인 대형 걸개그림과 ‘배수리 실력으로 우리 당을 받들자’는 구호판 아래 근로자 수십 명이 선박 내부에 들어갈 철판을 잘라내고 있다.
길이 180m, 폭 90m의 기관, 설비 수리공장 내부의 한쪽 벽에는 ‘4월 직장재정공시’라는 성과표가 걸려 있다. 지난달 목표의 125%를 달성해 상금(성과급) 98만원이 지급됐다는 내용이다. 그 옆에는 근로자별 업적이 막대 그래프로 표시돼 있다. 이 공장의 한 간부는 “사회주의적 경쟁심을 고취시켜 성과를 높이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본지는 2년 전에도 경제참관단을 구성해 이곳을 찾았었다. 당시 2700여 명이 일하는 이곳의 작업장은 비어 있었다. 하지만 2년 새 사정이 바뀌어 있었다. 공장 시설도 확장됐다.
2006년에 이어 이번에도 참관단에 합류한 김연철 고려대 교수는 “2년 전엔 없던 용접용 아세틸렌 가스와 용접봉을 생산하는 공장 건물 다섯 채가 새로 지어졌고, 공장 근로자를 위한 살림집(아파트) 3∼5층짜리 40여 동도 새로 들어섰다”고 말했다.
이번 참관단(단장 김수길 중앙일보 편집인)은 본지 주관으로 KT·우리은행·LG경제연구원·포스코·STX·현대경제연구원·에너지경제연구원 등 기업·연구소·북한 전문가 등 25명으로 구성됐다.
이곳을 총괄하는 문희명 지배인은 “대부분 수천t 정도의 작은 배이기는 하지만 올해 들어 70여 척을 수리했다”며 “남측이 오면 중국보다 더 싸게 (수리)해 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국가적으로 토론해서 ‘하자’고 해서 하는데 삼성·현대·대우 등 남측 기업들은 이곳을 찾아왔다가 왜 막판에 기권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1980년대까지만 해도 이곳은 소련·쿠바 등의 선박을 받아 수리했다. 그러나 90년대 들어선 해외 선박 수리가 뚝 끊겼다. 남측과의 ‘수리 협력’은 이 공장엔 큰 활로가 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남측 선박의 수리엔 제약도 있다. 참관단 일원인 심형보 항만시설단 사장은 “일단 기술 협력과 첨단 제어장치를 갖춘 정밀 수리 장비들이 이곳에 들어와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곳에서 20㎞ 하류에 건설된 서해갑문은 5만t까지만 선박 통행이 가능해 그 이상의 대형 선박 수리는 불가능하다고도 했다.
조동호 이화여대 교수는 “남북 경협이 구체화되면 남측에서 중국 등지에 맡기고 있는 중소형 선박 건조 물량을 북측에 맡기면 남북 모두에 이로운 사업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교통연구원의 안병민 동북아교통정보센터장도 “당장은 후판 공급과 같은 어려움이 산적한 게 사실”이라며 “하지만 이곳은 북한의 수도권이라 고급 인력 확보가 쉽고 전력 공급도 상당히 안정적인 데다 남측과 가깝다는 점에서 장기적으로 실질적 남북 경협사업으로 추진할 만하다”고 말했다.
글=특별취재단, 사진=강정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