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난화에 쫓기는 북극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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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북극곰이 미국에서 멸종 위기에 처한 동물로 지정됐다. 미국 내무부는 14일 지구온난화의 영향으로 북극의 얼음이 녹아내리면서 생존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북극곰을 ‘위기 종(種)’으로 지정했다고 AP통신 등이 전했다.

더크 켐프손 내무장관은 기자회견에서 “지난 30년 동안 북극권의 얼음이 급속도로 녹아내려 북극곰의 생활터전이 크게 줄어들고 있다. 이런 상태가 계속되면 가까운 미래에 북극곰이 사라질 수도 있다”며 위기종 지정 이유를 밝혔다. 이에 따라 북극곰 서식지에 대한 보다 철저한 관리가 이뤄지고, 사냥꾼의 불법 포획도 더욱 엄격하게 규제될 전망이다.

얼음 위에 걸터앉아 있다가 방심한 바다표범을 잡아먹고 사는 북극곰엔 얼음이 필수불가결한 생존 여건이다. 이 분야를 연구한 과학자들에 따르면 1960년 1만2000마리였던 북극곰은 현재 2만5000마리 수준으로 늘었다. 그러나 지금 같은 상태가 지속하면 2050년엔 전체의 3분의 2가량이 사라질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미 내무부는 북극곰의 위기종 지정을 발표하면서도 “이것이 온실가스 감축 등 정부의 종합적인 기후변화 대책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고 강조했다. 북극곰이 일부 서식하는 알래스카 지역의 개발을 둘러싼 논란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유가가 계속 급등하자 북극권 개발론자들은 알래스카의 유전 및 가스 개발 필요성을 제기하고 있다. 이날 내무부 발표 후 개발론자들은 “(위기종 지정으로) 북극해의 원유와 가스 시추에 제한이 가해질까 우려된다”고 밝혔다.

반면 환경보호론자들은 “(북극 지역은) 인류가 마지막으로 남겨놓아야 할 지구의 자산”이라며 개발을 거세게 반대하고 있다. 보호론자들은 내무부의 발표 내용에 대해 “지구온난화 문제를 적극적으로 다루지 않았다 ”고 비판했다.

김정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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