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구호물자 OK, 구조요원 NO”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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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촨성 지진으로 막대한 인명 피해를 본 중국 정부가 물과 식량, 담요·텐트 등 구호물자만 받아들이고 생존자 수색 및 구호에 나설 외국 구조요원들의 활동은 막고 있다고 요미우리(讀賣)신문 등 일본 언론이 14일 보도했다. 재해지역 긴급구호활동 전문 민간단체인 일본구조협회는 13일 오사카(大阪) 주재 중국 총영사관에 구조견 네 마리와 조련사 네 명을 재해지역에 파견하겠다고 전했다. 그러나 중국 측으로부터 “자국민이 아직 현지에 들어가지 못한 상황에서 외국 지원을 받을 수 없다”는 답변을 받았다. 협회 측은 “매몰된 사람의 생존율은 재해 발생 후 48시간이 지나면 크게 떨어지기 시작한다. 비행시간과 재해지역까지 이동시간 등을 감안하면 지금 당장 출발해야 한다”며 거듭 입국 신청을 했으나 허사였다. 국제 의료봉사활동을 전문으로 하는 오카야마(岡山)시의 민간단체 AMDA도 “외국 지원인력 수용 계획은 어려울 것 같다는 중국 내 지인들의 연락을 받았다”고 밝혔다. 일본 소방청도 국제소방구조대 20명의 출국 준비를 마치고 중국 정부의 지원 요청을 기다리고 있지만 무산될 전망이다.

왕전야오(王振耀) 구제국장은 13일 기자회견장에서 “구호물자와 자금 등 경제적 지원은 환영하지만 구호요원 등 인적 지원은 받아들일 준비가 돼 있지 않다”며 거부 의사를 분명히 했다.

중국 당국은 1976년 탕산(唐山)지진 때도 자력갱생을 이유로 국제사회의 인명 구조 활동을 거부했다. 이번에도 인명 구조와 재해 복구는 스스로 해결해 올림픽을 앞두고 국내 결속을 다지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그러나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신문은 14일 사설에서 “원자바오 총리가 ‘1초라도 빨리 가면 한 사람의 목숨을 구할 수 있다’고 구조대원들에게 지시했듯이 중국 정부는 한시라도 빨리 국제사회에 구조요원 파견을 요청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편 한국 정부는 14일 중국 정부에 100만 달러 규모의 긴급 지원을 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외교통상부 문태영 대변인은 이날 “정부가 당초 계획했던 구조요원을 파견하는 대신 중국 측이 필요로 하는 담요와 텐트 등 긴급구호금을 지원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문 대변인은 “중국 측이 피해지역의 공항과 도로가 파괴되는 등 교통 상황이 좋지 않다는 이유를 들어 구조요원 수용은 어렵다는 입장을 표명해 왔다”며 “추후 중국 측의 요청이 있으면 구조요원 파견도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도쿄=박소영 특파원, 예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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