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에 논란이 된 것은 당 대표직 제안 여부였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이 대통령이 박 전 대표에게 당 대표직을 제안했다”고 공개했다. 하지만 박 전 대표 측은 발끈했다. 박 전 대표가 11일 호주로 출국하기 전 “(회동에서 대표직 제의 같은)그런 말은 없었다”고 주장했기 때문이다.
이에 앞서 회동 직후 박 전 대표가 한 브리핑을 놓고도 양측의 입은 맞지 않았다. 박 전 대표는 당시 “이 대통령이 ‘(친박근혜계 탈당파의)복당을 당에 권고하겠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청와대가 복당 문제 해결에 적극적이라는 어감이었다. 하지만 청와대는 곧바로 “이 대통령의 말은 ‘복당은 당에서 알아서 할 일’이라는 뜻”이라고 반박했다.
◇“화성남 MB, 금성녀 朴”=이렇게 계속 해석이 엇갈리자 한나라당 내에선 이 대통령과 박 전 대표를 가리켜 “화성남 이명박, 금성녀 박근혜”라는 농담까지 나왔다. 베스트셀러 『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에 빗대 두 사람 관계를 표현한 것이다. 이 책은 다른 언어라도 쓰는 듯 서로를 이해하지 못하는 남녀 간의 차이와 관계를 다루고 있다.
실제로 이 대통령과 박 전 대표의 대화는 늘 삐걱댔다. 지난해 대선 직후(12월 29일)에도 두 사람은 독대를 했고, 그 이후 이 대통령 주변에서 “총리직을 제안했다”는 얘기가 흘러나왔다. 하지만 박 전 대표 진영에서는 “처음 듣는 소리”라고 불쾌해했다. 또 1월 29일 박 전 대표가 특사 자격으로 중국에 다녀온 뒤에도 두 사람은 만났다. 이 자리에서 둘은 “‘공정 총선공천’에 합의했다”고 입을 모았지만 공천 결과가 나오자 서로 “내가 속았다” “나도 충격받았다”고 주장했다.
반면 박 전 대표는 직설적인 화법의 소유자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개헌 제안 소식이 알려지자 “참 나쁜 대통령”이라고 바로 쏘아붙인 게 대표적인 예다. 이러다 보니 “대통령이 되면서 더욱 조심스러워진 이 대통령의 말을 박 전 대표가 알아듣기는 힘들 것”이라고 당 관계자는 분석했다.
이런 화법의 차이를 두 사람의 사회화 과정에서 찾는 전문가도 있다. 최진 대통령리더십연구소장은 “이 대통령은 기업 생활을 통해 많은 말을 던지고 그에 따른 반응을 살펴 대화를 끌어가는 게 몸에 뱄다”며 “하지만 어려서부터 ‘퍼스트 레이디’ 역할을 한 박 전 대표는 꼭 필요한 말만 정확하게 하는 습관이 있다”고 비교했다. “두 사람이 대화를 통해 상대방의 진의를 잘 파악하지 못한다”는 지적이었다.
남궁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