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여행>남태평양의 원시 낙원 피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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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8면

하늘과 잇닿아 있는 바다는 온통 홍시빛이다.한가로이 떠있던 돛배마저 사라져버리고 파도소리만이 그리움을 몰고오듯 끊임없이 이어진다.남태평양 한가운데 떠있는 섬나라 피지에 어둠이 내릴 무렵.비티레부섬 남해안 코럴코스트에 자리한 리조트 「워익 피지」는 북소리에 휩싸인다.
『다닥,다닥,다닥.』 스루라 불리는 치마를 두른 피지인이 바다를 향해 연신 나무북을 두드려댄다.유럽인들이 몰려들기 전부터통신수단으로,축제의 리듬으로 사용됐던 그 북소리다.북소리가 잦아들면 횃불을 든 원주민이 해안에 나란히 꽂혀 있는 홰에 불을밝히면서 달린다.축제의 시작이다.
3백30개의 올망졸망한 섬으로 이뤄진 피지는 자연과 조화를 이룬 다양한 리조트 중심의 휴양지다.원시 그대로 자연에 푹 빠질 수 있도록 잘 배려된 리조트가 여기저기 산재해 있다.섬전체가 리조트로 된 곳만도 40여개에 달한다.낮동안 골프나 바다낚시.스쿠버다이빙.카누등 다양한 레포츠를 만끽한 사람들이 저녁이면 테라스등에 모여 피지의 민속 공연 열기에 휩싸인다.
남성과 여성이 번갈아 가며 노래와 춤을 추는 메케가 대표적인전통예술.남성들은 대개 전사다.나무로 만든 창을 들고 포효하며싸우듯 용맹스럽게 춤을 춘다.여성들의 춤은 손님을 접대하는 것.앉아서 손뼉을 치며 얼굴을 좌우로 돌리면서 부드러운 율동을 이어간다.춤판이 무르익으면 몸집이 거대한 한 여성이 무대를 내려와 손님들을 이끈다.이방인들이 타오르는 횃불아래 허리를 잡고한줄로 늘어서 흥겨운 가락에 한데 어울린다.
리조트중 최대규모와 시설을 자랑하는 곳이 마나 섬 리조트.난디국제공항에서 경비행기를 타고 15분쯤 걸린다.방갈로 풍의 목조건물에 여장을 풀고나면 일상으로부터의 해방감이 밀려온다.낙원이 따로 없을성 싶다.37만평 섬 둘레에 백사장이 펼쳐져 있고온갖 해양 스포츠를 다양하게 즐길 수 있다.소형요트.윈드서핑.
카누등은 무료다.섬상공으로 떠오르는 패러세일링,3~4명이 섬사이를 누비며 대형어를 낚는 바다낚시등도 간단히 즐길 수 있다.
바닷속 세계도 환상적이다.용암사이로 난 기묘한 틈새와 동굴,화산벽에 달라붙은 산호들.그사이로 태양빛에 어른거리는 투명한 바다빛등이 스쿠버 다이버들을 매료시킨다.
더욱 낯선 세계로 여행하고픈 사람들은 마나섬에서 보트로 1시간정도 걸리는 곳에 위치한 조그마한 섬 리조트들을 찾아가면 된다.남녀 한쌍만을 위한 무인도 리조트도 있다.호텔측에서 식사를운반해주며 저녁에 데리러 온다.
피지는 무엇보다 골프광들의 천국.리조트 손님들에게는 대부분 그린피가 무료며 반바지 차림으로 상쾌하게 즐길 수 있다.난디 국제공항 인근의 데나라우 골프클럽은 각종 국제대회가 열리는 곳으로 4만~5만원이면 충분하다.리조트 시설을 이용 하지 않고도골프와 바다낚시를 하루에 만끽하고 돌아갈 수 있도록 나와있는 패키지 상품이 5만5,000원정도다.
남해안의 긴 해변을 끼고 조성된 퍼시픽 하버 리조트 단지내 챔피언십 골프 코스도 피지의 명소.한국콘도 현지법인인 코리안 빌리지 리조트 클럽이 인근에 운영되고 있다.
피지에는 때마침 한국 열풍이 불고있다.리조트 관계자들이 한국어를 익히고 고추장을 주문하고 있다.대한항공 직항로 개설에 이어 8일부터 뉴질랜드 항공이 서울~피지간을 운항한다.직항이 뜨기전인 지난해만도 3천여명의 한국관광객들이 이곳을 찾았다.뉴질랜드 항공(02)(777)6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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